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커피 Nov 01. 2020

커피가 맛있으면 카페가 잘 된다고요?

"커피가 맛있으면 카페가 잘 된다고요?"


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네 개의 매장을 만들었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할 수 없이 수많은 어려움들을 현재 진행형으로 겪어내며, 

피나는 노력으로 10년째 생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래 하다 보니 운이 따르기도 하면서 방송에도 나오고 관련 서적이나 잡지에도 나왔습니다.

이런 저희 가게가 제법 괜찮아 보였는지 카페 창업에 대해서 묻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대부분 단편적인 질문들입니다.  

커피머신은 무엇을 써야 하냐, 커피는 어디서 사 와야 하냐

메뉴 만드는 것은 어디서 배워야 하느냐, 인테리어는 얼마가 드느냐 

임대료가 이 정도인데 괜찮은 것 같냐와 같은 것들이지요.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야 모르는 게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만 모르고 있느냐? 그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정말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은커녕 생존도 어려운 경우가 태반입니다.  


간혹 로망의 실현으로 맘 편히 카페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생계 수단으로써 창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창업 상담을 하려는 분들께 저는 보통 두 가지를 묻습니다. 

그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카페를 잘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카페의 기본은 커피니까요, 커피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은 크게 걱정이 없는데 제가 커피를 잘 몰라서요, 커피를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답합니다 

경력이 있는 바리스타들 조차, 표현은 조금 달라도 비슷한 답을 합니다.  


저는 늘 말씀드립니다. 

‘커피 맛있다고 장사 잘 되는 거 아닙니다.’

‘커피 잘한다고 카페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말입니다. 동의하실 수 없는 분도 많겠지요.  


매년 전세계에서 커피 제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대회를 엽니다. 

스포츠가 종목이 있듯이 커피 대회에도 종목이 있습니다. 

세계대회에 나갈 한국 대표를 뽑는 대회가 있고 각 분야의 챔피언이 나옵니다. 

지난 2019년에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이라는 공신력 있는 세계대회에서 한국 챔피언이 나왔습니다. 

이뿐 아니라 한국 커피인들은 여러 분야에서 순위권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커피를 잘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매년 배출되는 한국 챔피언들이 모두 창업을 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커피를 잘해서 카페가 잘 된다면 안 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챔피언 출신들이 창업을 해서 잘 된 사례도 있지만 

잘 안 된 경우도 많습니다. 커피 실력으로만 치면 대박이 나야 하는데 말이죠.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커피 시장에는 여러 형태의 창업 클래스가 있습니다. 

로스팅, 에스프레소, 브루잉, 디저트, 라떼아트, 메뉴 개발, 브런치 등 

카페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있습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수강료가 들고, 

원데이부터 3개월, 6개월, 길게는 1년 과정의 창업과정이 있습니다 

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교육기관의 대표나 강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대로만 하면 카페가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고 

그 모든 비법을 아는 그들은 실제로 카페를 하지 않습니다.  


거 봐요. ‘커피만 맛있다고, 카페 잘 되는 거 아닙니다’  


이 정도의 논리로 충분하지 않으신가요?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