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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Nov 01. 2020

다 인스타빨이야, 저런 카페는 오래 못가.


"다 인스타빨이야, 저런 카페는 오래 못가."


몇 해 전, 어느 주택가 좁은 골목 안에 카페가 하나 생겼습니다. 

주택을 개조하여 멋지게 꾸민 공간과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담음새가 예쁜 음료와 디저트로 금세 인기 매장이 되었습니다. 

연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많은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카페를 하는 입장에선 부럽기 그지없었지만, 

곱게 보는 시선만 있진 않았습니다.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야지. 카페에 사진 찍으러 가냐’

‘저런 인스타용 카페는 오래 못 가’

‘호기심에 한 번은 가겠지. 오픈 빨 떨어지면 힘들어져. 안 봐도 뻔해.’ 


주로 커피 애호가나 바리스타들, 커피를 강조하는 매장의 주인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소위 전문가들의 눈으로 봤을 때 이곳은 껍데기만 화려한 카페였던 겁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의 예견처럼 정말 오래 못 갔을 까요? 

제가 그 카페 사장이 아닌 이상 내부 사정까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그 카페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때때로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고요.  

인스타그램에서 카페 이름으로 태그 검색을 하면 수만 개의 후기가 올라옵니다. 

여전히 잘 생존해 있고 장사도 잘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매장에서 근무했던 바리스타를 알고 있는데, 

출근하여 퇴근까지 거의 쉴 틈 없이 일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저 카페보다 훨씬 먼저 카페를 창업했고, 직접 로스팅도 해 왔고, 

좋은 커피, 비싼 커피도 많이 써 보면서, 정말 열심히 커피를 준비해 왔습니다.  

디저트를 담당하는 저희 파티쉐도 일본 최고 수준의 제과 교육기관에서 공부도 하고 

현지에서 일도 하며 창업 후 10년 가까이 디저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기능에 있어서는 객관적으로 저희가 더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위 카페의 사장님들은 바리스타나 로스터 출신도 아니고요

그곳의 디저트 역시 높은 수준의 실력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보다 훨씬 유명하고, 여전히 장사도 잘 되는 매장입니다. 


분명 기능적으로 뛰어난 것이 카페의 성공에 기여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하려는 것은 커피인가요? 카페인 가요? 


운전만 잘한다고 택시영업을 잘할 수 없듯이 

커피만 잘한다고 카페가 잘 되지 않습니다. 

꼭 기억해 주십시오.

‘커피만 맛있다고, 카페가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카페 가면 이런 사진 좀 찍어 주지 않나요?



"사진 찍으러 카페 가는 거 아니잖아. 안 그래?", "응, 안그래"


커피 잘한다고 카페가 잘 되는 게 아니라면, 

과연 뭘 잘해야 카페가 잘 될까요? 

장사 잘 되는 카페에 가면 이런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가게를 배경으로 한참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서면서 몇 장을 찍으며 자리를 고릅니다.

손님이 많은 가게들은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빈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사방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습니다. 

메뉴를 고르기 위해서 메뉴판을 보고, 메뉴판 사진을 찍습니다. 

메뉴를 기다리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사진을 찍습니다. 

메뉴가 나옵니다. ‘와~’ 크게 리액션 한번 해 주고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쟁반을 놓고 찍고, 치우고 찍고 케이크와 커피를 나란히 두고 찍고

이번엔 앞뒤로 두고 찍고, 좁은 테이블이지만 위치를 옮겨가며 찍습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외부의 경관이 

앞에서도 찍고 위에서도 찍고 

크게도 찍고, 작게도 찍고 

멀리서도 찍고 가까이서도 찍고 

방향을 바꿔보기도 하고 때로는 자리도 이동합니다. 

그리고 한 입 먹고 나서, 셀카를 몇 번 찍습니다.  


이러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서 얼음이 다 녹아 맛은 싱거워지고

생크림도 녹아서 케이크는 식감을 잃게 됩니다. 


어휴 적당히 좀 해라. 카페에 사진 찍으러 가냐?  


네. 카페에 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들 많습니다. 

셀카도 찍고 메뉴도 찍고 햇살도 찍고 화분도 찍어요. 

그렇기에 찍을 곳이 많은 공간을 사람들은 사랑합니다. 

찍을 공간을 찾으러 부산에서 서울까지, 서울에서 제주까지, 대전까지, 통영까지, 강릉까지 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맛이 없어진다는 것을 손님들이 모를까요? 

알면서 왜 그런 걸까요? 먹는 걸로 장난하지 말라고 배웠잖아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맛있을 때 먹어야지.

줄 서서 기다렸다가 비싼 돈 내고 사 먹는데 왜 빨리 안 먹는 걸까요?

이런 행동이 카페의 본질을 손상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카페를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커피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카페에 가는 것도 맞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저는 더 근원적으로는 ‘비일상’을 얻으러 간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에 가 있다고 해서 일상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회사와는 다른 근무환경, 집과는 다른 휴식공간에서 

우리는 모두 얼마간의 '비일상을'을 누립니다. 


그러나, 비일상은 오래가지 않기에 사람들은 추억으로 남기길 원하고, 

그래서 사진을 찍습니다. 

행복한 순간을 ‘내 마음속에 저장’하는 것도 좋지만 

sns에 저장하면 사람들의 공감과 찬사까지 받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맛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한번 더 말씀드리자면 

‘커피만 맛있다고, 카페 잘 되는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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