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 맛있다고, 카페 잘 되는 거 아닙니다."
이 말이 좀 지겨우시죠? 저도 솔직히 지겹습니다.
여전히 이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지난 십 년간, 창업 상담받으러 오는 분들께 내내 했던 얘기고
2019년부터 70회 넘게 해 왔던 카페 창업 세미나에서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럼 과연 카페가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서 결과도 달라지겠으니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카페 사장으로서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카페 사장님들을 만나면 종종 하는 질문이고,
세미나에 오시는 현업 사장님들께도 묻는 말입니다.
답을 듣기 전에 이 질문을 직장인들에게도 해 봅니다.
조금은 질문을 바꿔서,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월급날’이요."
길게도 깊게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답이 나옵니다. 진심이자 진실이라는 거죠.
그럼 사장님들은 어떤 답을 하시냐.
"제가 내린 커피를 남김없이 다 드시고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가실 때요."
"제 커피를 마신 손님이 다시 찾아오시고, 그게 꾸준해지면서 단골이 될 때요."
아무도 ‘돈 많이 벌 때요’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돈 얘기가 천박해서가 아니라, 돈을 못 벌어서 그렇습니다.
일단 알고 계십시오. 거의 대부분의 카페들은 돈을 못 벌어요.
장사가 잘 되어도, 장사가 안 되어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합니다.
카페는 외식업으로써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또 단점도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카페는 여러 외식업 중에 재료비의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재료의 보관성이 대체로 좋으니 재고관리에도 용이합니다.
주재료인 커피 원두는 법적 유통기한이 최대 1년이고, 대체로 음료의 재료들은 보관성이 좋습니다.
게다가 재료 상태로 보관하다가, 주문과 동시에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준비해놓았는데 안 팔리고 남으면 그대로 손해가 나는 빵에 비해서
재고로 인한 손실이 현저히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임대료의 점포에서 인건비를 잘 컨트롤하면 망하지 않고 오래 생존할 수 있어요.
(인건비를 잘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은 혼자 하는 겁니다. 이건 나중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동네에 카페가 참 많잖아요. 그런데 계속 생기죠. 생기는 속도는 빠른데, 문 닫는 것은 잘 못 보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제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카페는 돈이 많이 남기는 하는가 봐요. 손님도 별로 없는데 다들 망하지 않고 오래 하네요."
그럼 저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냥 버티는 거라고.
그냥 버티기에 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서 훨씬 유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을 벌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카페가 일단 너무 많고요.
기본적인 단가는 음식에 비해 낮은데, 보통 다 마셨다고 해서 바로 일어나질 않습니다.
맛있다고 해도 두 잔, 세잔 마시는 일은 드뭅니다.
밥은 다 먹으면 일어나니까 손님을 더 받을 수 있지요. (테이블 회전이 좋습니다)
술은 먹다 보면 더 시키죠. (객단가가 올라갑니다)
그렇기에 손님이 가득 찬 카페라고 돈을 잘 버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sns를 보면 카페 운영하면서도 좋은 차도 사고, 해외여행도 가고, 좋은 것도 먹는 사장님들의 일상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 걸 보면서’ 그래 카페도 잘하면 돈이 되는구나’라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그분들은 애초에 여유있는 자산을 가진 상황에서 카페를 하는 분들일 확률이 큽니다.
그전에 어렵게 사시다가 카페가 잘 되어 살림이 편 경우는 아주 적습니다.
그만큼 카페는 업의 특성상 돈을 벌기 아주아주 어렵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언급한 대로 카페가 너무 많습니다.
갈 곳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우리 가게로 고객을 오게 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 상황이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카페는 진짜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카페는 손님이 많고, 어떤 카페는 손님이 없습니다.
1시간, 2시간을 뙤약볕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메뉴를 주문하면 ‘2시간 뒤에 찾으러 오세요’ 할 만큼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도
전국에서 찾아오는 그런 카페도 있습니다.
요즘 20, 30대는 워크인이 없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자’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기능적인 혜택’이 필요할 때는 보통 ‘아무 데나’ 갑니다.
카페인, 수분, 당분, 의자와 테이블, 이런 것들만 필요하다면 번거롭게 고르고, 찾아가고,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요.
심지어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편의점에만 가도 저렴한 비용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요즘의 20, 30대가 카페를 갈 때 기대하는 것은 ‘기능적인 혜택’이 아닌, ’ 감정적인 혜택’입니다.
‘감정적인 혜택’이란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유하거나 그것을 소유하는 상상만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게 되는 일을 뜻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요즘, 카페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나 기능적인 혜택에 집중되어 있는 매장들은 여지없이 매출이 떨어지고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오피스 상권의 매장들이 특히 그렇지요. 주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카페가 생기지만
그만큼 또 입주민들이 늘어서 어느 정도까지는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감원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출근들을 안 해 버리니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경제가 불안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저가 커피나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핫한 카페들은 여전히 잘 되고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더 잘 되는 곳도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이라면 적당히 고른 열 군데 정도를 찾아갔을 것을 지금은 잘 선별한 한 곳을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주변 눈치도 보이고 걱정도 되어서 참고 참다가, 유명한 곳, 정말로 가보고 싶었던 곳을 고르다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몰리게 됩니다.
그런 곳은 기존 손님에 새 손님이 더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현상을 보입니다.
기능적인 혜택이 필요했다면 이 시국에, 먼 거리와 웨이팅을 감수하며
특정한 카페를 갈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카페와는 다른, ‘감정적인 혜택’을 주는 곳이라는 기대에 따라 움직입니다.
안타깝게도 기능적인 혜택에 집중한 매장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고,
특히 저가의 제품으로 기능적 혜택을 주는 매장은
이제 카페가 아닌 편의점과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여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카페를 창업하시려는 분들은
고객들에게 어떤 ‘감정적인 혜택’을 줄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