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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Nov 01. 2020

구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보통 사회생활을 창업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 주변에서 카페를 시작하려는 분들은 대부분 다른 직종에서 일을 해 오셨거나, 

어느 회사에 소속된 바리스타로서 일하다가 자기 가게를 준비하려고 하는 분들입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회사에 다닐 때는 대체로 숫자로 일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기록하고, 분석하여 보고하고 결과에 따른 계획을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수치를 중요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카페를 하면 그런 것들이 사라집니다. 

일단 목표 매출을 잡는다거나, 예산을 짠다거나 그런 일 없이 

그냥 열심히 하고 손님이 많이 오면 돈 벌겠지 하는 느슨한 기대로 사업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를 벌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있어야 가격을 정하고, 운영시간을 정하고, 테이블 수를 정하고 할 텐데

그런 구체적인 생각 없이 그저 인테리어만 예쁘고, 음료 맛있으면 언젠가 잘 될 거라는 생각으로 가게를 준비하곤 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큼 얼마에 팔아서 얼마를 벌지 이런 기본적인 목표 설정이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뭔 소리인고 감이 잘 안 오 실 테니 한 가지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는 모 카페 사장님 이야기입니다. 

스무 평이 조금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계셨고, 주로 주변의 회사원들이 이른 아침과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찾아와 주시는 매장이었습니다. 

주택가도 멀지 않아서 주말이나 오후 시간에는 동네 주민들도 이용하시는 곳이었습니다. 


주 7일 운영하셨고, 사장님은 일주일에 하루를 쉬시고 나머지는 직원들과 꾸려갔습니다. 

그럭저럭 잘 운영이 되었습니다. 매출도 안정적이었고, 수익도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나 그렇듯이 주변에 카페가 더 생기고, 인건비와 재료비는 오르고 

걱정이 늘어나는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로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사장님의 기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 손을 거쳐야만 안심이 되는 그런 분이었죠.

쉬는 날에도 매장에 들르거나, 자주 매장 cctv를 보면서 직원들의 잘잘못을 따지고, 

즉각적인 업무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계속 매장을 지켜보니 본인도 직원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계속되다 보니 걱정이 되었을 겁니다. 앞으로 매장을 일이 년 하고 말 것도 아닌데

이런 심신의 피로를 계속 느끼면서 장사를 해야 한다니 마음 한켠이 답답해졌습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 7일 휴무 없이 운영하던 매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합니다.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뺀 테이크아웃 전문매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지만 대부분 회사원들은 음료를 받자마자 가거나, 앉더라도 아주 잠깐인지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대신에 앉아갈 손님은 포기해야죠. 

당연히 영업 날짜를 줄이고 자리가 없으니 손님이 줄었고 매출도 꽤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주 5일로 바꾸니 인건비를 비롯한 기타 비용이 줄면서 실제적인 수익, 

즉 사장님이 벌어가는 돈은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이틀이 생기면서 마음에 여유도 생겼고, 매장 운영에 대해서 고민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울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미 오픈한 가게가 이렇게 구조를 변경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다행스럽게 새로운 구조에 잘 안착하셨다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다른 카페 이야기입니다. 저희 가게 이야기입니다.  


저희 첫 번째 매장은 로스팅도 하고 커피도 내리고 디저트도 만들고 빙수도 파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평범한 매장입니다. 

처음부터 잘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이른 시기에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제법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습니다.

주말이면 쉽게 만석이 되었고, 테이블 회전도 빨랐습니다. 

다양한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어서 객단가도 높은 편이었고요  


그래서 단골손님들은 자주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장님, 제가 아는 가게 중에 이미가 제일 꾸준히 잘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감사하지만 사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근데 왜 나는 돈이 안 남지? 뭐가 잘못된 걸까?’ 


장사가 꾸준히 잘 되던 때라 언젠가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해도 해도 나아지지가 않아서 그때부터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매장 운영이나 재무에 대한 책도 보고, 경영지도사도 만나서 상담도 해 보면서 

이유를 찾아보니 저희는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직원 수와 운영시간을 조정하였고 

몇 달을 지내면서 어느 정도 매장은 안정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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