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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Nov 01. 2020

Essay 1 - "나 5층에 있는데 말이야"

“지금 바쁜 시간이라서 
음료를 주문하시고 자리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한두 시간 주문 없이 볼 일을 보시는 
중년 신사 두 분께 정중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응? 이따 시킬 건데" 

저희의 3번째 매장은 모 빌딩 로비에 있습니다. 


여긴 아닙니다.


카페 공간과 로비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테이블을 놓지 않고 운영을 했었습니다. 
테이블을 놓게 되면 
추가로 생기는 일들이 제법 있기에 
테이크아웃 기반의 매장으로써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자 했지요. 





그런데 
건물에 입점 해 있는 직원들이 
‘카페도 있는데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건물 관리과에 제안하였고
 논의 끝에 아주 적은 수의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카페 공간이 온전히 
독립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실로 생각할 법합니다. 
그래서 바쁜 시간이 아닐 때는 
자유롭게 이용해도 특별한 제재를 하진 않습니다.  






다시 대화 

"이따 시킬 건데"
"5분 안에 정리 가능한 일이시라면 
주문 없이 일 마무리하고 일어나 주시고요
더 시간이 걸린다면 
지금 주문 부탁드립니다"

"나 5층에 있는데,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가끔 있는 일이기도 하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나름의 
대사를 구상하고 연습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당황하지 않고 바로


"네 그러시더라도 미리 말씀해주신 것도 아니고 
다른 분들도 이용하시니까 
자리 비워주세요"






서비스란 말을 정의하는 것들 중에서 
'인간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하는 
일련의 행동을 포함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서비스업은 인간의 욕구 충족에 
맞닿아 있다는 것인데,
더 쉽게 생각하면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업을 하려면 
하고픈 말을 제대로 못 하거나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해야 합니다. 
마땅한 것이라도 '죄송합니다만'을 붙여서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외부음식은 드실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아이스크림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만 1인 1 음료 부탁드립니다'
이건 죄송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이따 시킬 건데 - 네 그럼 이따 오세요. 
나 5층에 있는데 - 네 그럼 5층에서 일 보시죠.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 저는 초면이거든요?

이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비스업을 하고 있으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페가 만만한가'

두 사람이 중국집에 들어가서 한 사람은 짜장면 시키고, 
한 사람은 컵라면을 들고 가서 '뜨거운 물 좀 부어주세요' 
이렇게 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나 자주 여기서 밥 먹으니까 
잠깐 앉아서 회의 좀 할게.'
이런 사람은 더욱더 없을 거고요. 
왜 유독 카페에는 그런 사람이 많은 걸까요? 



죄송하다는 말은 
의도적으로 안 쓰도록 노력하렵니다. 
죄송할 일을 만들지 않는 
프로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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