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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Nov 01. 2020

운영구조 만들기

프레임워크 & 매뉴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멋지게 인테리어를 하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가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이 매끄럽게 돌아가진 않겠죠?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실전에선 정말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에 모든 사례를 다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지침을 갖고 각자의 매장에 맞는 기준과 지침을 만든다면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프레임워크


프레임워크는 ‘뼈대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회사가 가진 핵심가치를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카페는 고객들에게 최고급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며,  이를 위해서 정확한 추출 레시피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우선하는 과제이다’라고 정해져 있다면, 직원들의 업무, 태도, 서비스 스타일이 다 이것에 맞춰야 하는 것입니다. 

가령 아직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과 대기하는 손님과 지금 추출 중인 커피가 있다면 이런 가게에선 커피에 먼저 집중하겠지요. 실제로 어떤 커피 바에서는 커피를 내리는 동안 손님들이 주문하는 것을 금지하는 곳이 있습니다. 

핵심가치는 행동을 결정하는 이유가 되고, 원칙을 정할 때나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기준이 되어 가게의 정체성을 튼튼하게 해 줍니다. 


혹은 ‘우리 카페는 손님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 곳’이라는 핵심가치를 지키고자 한다면, 음료를 서둘러 만드는 일보다 친밀한 인사와 안부, 경청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사장이 이 가게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가치는 ‘행복하고 즐거운 소통이 이뤄지는 곳’인데 세상 진지한 커피 장인을 지향하는 직원이 있다면 맞지 않는 것이겠죠. 우리 매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직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합니다. 



매뉴얼


매뉴얼 모르는 사람 없죠.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해져 있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불편함이 있죠. 

그런데 저는 가게의 규모와 상관없이 매뉴얼을 꼭 갖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뉴얼은 직원 간의 업무 편차를 줄여주고, 고객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너무 빤한가요?


저희 매장에는 정말 많은 매뉴얼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매장은 크지 않은데 테이블 수가 좀 많고 간격이 넓지 않습니다. 

손님들이라면 누구나 안락하고 편하게 있고 싶죠. 넓은 자리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종종 두 분이 들어와서 2인 테이블 2개를 붙여서 앉으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두었는데, 뒤에 오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떼어 자리를 만들어 드리는 것도 좋지 않아서 

테이블 붙이는 것을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상황은 이렇게 돌아갑니다. 여기부터 실제 매뉴얼입니다. 


#손님 두 분이서 2인 테이블 두 개를 붙일 때

직원 : (웃는 낯으로) 실례합니다. 저희 매장은 두 분이 이용하시는 경우 테이블을 붙일 수 없습니다. 

손님 : 아 좁은데, 이따가 다른 손님 오시면 떼어드릴게요.

직원 : (앓는 척하며) 죄송한데, 보시다시피 저희 매장이 좁아서 테이블을 붙이면 다른 분들도 붙이시거든요. 

그러면 다른 손님들이 붙이는 것을 제재할 수가 없습니다. 

손님 : 

직원 : (공손하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불편하시면 저희 매장을 이용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대화 형식의 스크립트로 매뉴얼이 되어 있습니다. 

신입직원이나 경험이 적은 직원들이 이런 경우를 접하면 매우 당황합니다. 

손님들의 표정이나 말투로 인해서 마음속으로 ‘어떡하지, 어떡하지’하며 조급 해지죠. 

그러면, 손님 잠시만요, 하면서 상급자를 부르거나, 물어보러 들어갑니다. 

그런데 상급자가 자리에 없거나 다른 일로 바쁠 때면 어떻게 어떻게 해 라고 해도 

뭔가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미리 정해진 대응요령이 매뉴얼로 되어 있다면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손님들에게 일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앞에서 언급한 핵심가치나 매장의 원칙도 잘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저희는 ‘유휴시간 체크리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솔직히 사장 입장에선 하루 종일 바쁘면 좋겠지만 가게가 늘 바쁜 것은 아닙니다. 

한가한 순간이 있죠. 이럴 때 사장님의 눈에는 여러 가지가 보입니다. 


먼지도 쌓여있고, 무릎담요도 헝클어져 있고, 컵의 방향도 틀어져 있습니다. 

화장실 휴지통은 넘치려고 하고, 쇼케이스에 케이크도 비어 있습니다. 


그냥 탱자탱자 놀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직원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갑니다. 

직원들도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꼭 반박자 사장이 빠르죠.

잔소리로 들립니다. 통상적인 업무인데 잘했을 텐데 말이죠. 

외부 업무를 보고 들어올 때, 매장이 한가한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저는 한 마디만 하면 됩니다. 


누구누구 씨 ‘유휴시간 체크리스트’ 한번 확인해 주세요. 

케이크 포장을 준비해 두고, 냅킨을 채우고, 컵의 위치를 확인하고, 식수와 컵을 확인하고 

화장실의 정리 상태와 비품을 살피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체크리스트에 따라 확인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지시하고 실행하면 끝입니다. 


매뉴얼은 이렇게 운영 상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여주고 일을 수월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저는 1인 매장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도 매뉴얼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언제까지 혼자 매장을 지킬지도 알 수 없고, 비록 혼자 일하더라도 원칙과 기준을 정리함으로써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제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지 맙시다. 


길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얘기들은 오랫동안 카페를 지속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카페를 창업하려는 거의 모든 분들이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고 

대부분의 창업 클래스에서도 다루지 않는 부분입니다. 

저는 그 규모와 상관없이 카페를 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이기에 구조를 만드는 것이 

창업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만 잘 생각해도 망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자, 이제 기본적인 뼈대를 갖췄습니다. 

카페를 망하지 않게 하려면 비용을 줄이고, 운영하는데 드는 힘을 줄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뭔가를 팔아서 수익을 얻어야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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