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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Nov 01. 2020

이미 커피로스터스가 보여주는 다름

이미 커피로스터스는 제가 운영 중인 네 번째 가게의 이름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커피 애호가 시라면 가게 이름에 로스터스라는 이름이 붙는 의미를 아실 겁니다. 

주로 커피를 직접 볶는 카페에 로스터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미 커피로스터스 역시 커피를 직접 볶아서 사용하고 저희 커피를 원하는 곳에 납품도 합니다. 


저희(이미 커피로스터스)는 한 번에 다섯 명만 앉을 수 있는 커피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단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비스포크 커피와 페어링 디저트

오해는 마십시오. 저희는 삼성을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이 저희를 따라 하지 않았겠지만, 저희가 먼저 사용한 것은 맞습니다. 



비스포크 커피. 


Bespoke (been spoken for) 맞춤정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말하는 대로’라는 뜻이죠. 

미리 준비되어 있는 세 가지 이상의 원두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릅니다. 

커피 선택을 돕기 위해서 이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정보가 담긴 메뉴판을 드립니다. 

거기서 커피를 선택하고, 이후에는 어떤 메뉴로 먹고 싶은지를 전달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릴지, 핸드드립으로 내릴지 

차갑게, 뜨겁게, 진하게, 연하게

생크림을 올릴지, 시럽을 넣을지 등등 

평소에 좋아하는 메뉴를 아주 디테일하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재료와 여건이 되는대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제공합니다. 

가격은 동일합니다. 



페어링 디저트.


커피는 원하는 대로 준비해 드립니다. 하지만 디저트는 고를 수 없습니다. 

어떤 것이 준비되어 있는지는 인스타로 공지하지만 보여주지도 않고 그걸 골라서 먹을 수는 없습니다. 

손님이 고른 커피에 맞춰서 바리스타가 어울리는 케이크를 제공해 줍니다. 


다른 카페와 전혀 다른 메뉴가 나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요청하고 제공받는 방식이 아주 다르지요. 

고객의 취향과 바리스타의 전문성이 만나면서 ‘미적 깨달음’을 얻어가는 공간이 이미 커피로스터스입니다. 


이 공간과 서비스를 설계할 때 저는 나음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십 년 동안 많은 커피를 다뤄왔고 디저트와의 페어링도 고민해 왔지만 

내가 더 잘한다, 우리가 최고다 라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다른 것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가 가진 남다른 매력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여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웨이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 아시지만 카페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는 거기 카페가 있다고 그냥 들어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고객들에게 우리 가게에 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다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다르게 해야 한다. 개성이 있어야 한다. 

콘셉트가 뚜렷해야 한다 라고들 하는데 과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막막하실 수 있겠죠? 

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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