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커피 Nov 01. 2020

다름을 만드는 방법 - 비효율과 효율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모 커피회사의 대표님께서 

국제적인 커피 행사에 다녀오시고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쇼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커피는 배치브루로 내린 커피였습니다. 

저뿐 아니라 세계적인 바리스타 아무개, 그 사람, 그 양반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배치 브루는 한 번에 여러 잔의 분량을 추출한 브루잉 커피를 말합니다. 

많은 양의 커피를 뽑아 놓은 뒤 주문하는 손님에게 바로바로 컵에 담아 주는 방식으로 

스타벅스에서 시작한 ‘오늘의 커피’가 가장 잘 알려진 배치 브루 방식의 커피죠.

왠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커피의 도시로 알려진 시애틀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에서도

배치 브루 머신으로 다양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제공한다고 하니 

단순히 효율적일 뿐 아니라, 맛도 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런데 왠지 재미가 없지요. 

사람들이 일부러 기계로 내린 커피를 마시러 어딘가를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주 혁신적인 기계가 나와서 전혀 새로운 커피 맛을 내는 일이 아니라면 



슈톨렌이라는 빵이 있습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이죠.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서 12월, 가정과 연인들의 지출을 늘려주는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른 시즌 아이템들이 그렇듯이 제법 비싸거든요.

재료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빵이 일 년 내내 먹는 빵도 아니고, 누구나 다 먹어본 그런 빵이 아니라서

어디가 더 맛있게 잘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비싸서 여기저기 사서 먹어보기도 힘들거든요. 

아무튼 그렇기에 주로 유명한 빵집의 슈톨렌이 잘 팔리는 게 당연하겠죠. 

맛으로 유열을 가리지 못할 때 대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을 사로잡을 만한 멋진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소재를 이용한 패키지를 준비하여 이 이미지를 멋지게 소개할 수 있다면 판매에 아주 유리할 겁니다. 


그런데 패키지는 생각보다 비쌉니다. 

작은 가게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기에 고급 패키지가 어렵습니다. 

돈을 들이기 어려울 때는 정성을 들이면 됩니다. 

제 아내는 저에게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에서 좋은 것은 손이 많이 가거나 돈이 많이 들어간 것이라고.

네 맞습니다. 잘 만든 슈톨렌을 정성스럽게 랩을 씌우고

정성스럽게 종이봉투에 담은 후, 겨우 악필은 모면한 필체지만

슈. 톨. 렌.이라고 잘 쓰면 그게 정성이 느껴질까요?


소비자는 '와 이거 손 많이 갔겠다' 싶은 것들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면서 

만든 이의 정성을 느끼게 됩니다. 

생산자의 효율은 소비자의 구매욕구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회사에선 매년 슈톨렌 포장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의 틴케이스를 제작합니다. 

너무나 예쁘게 잘 만들어져서 틴케이스만 따로 굳즈로 구매하는 사람도 많은 정도입니다. 

튼튼한 케이스에 담겨서 오니까, 빵도 망가지지 않고 인기 아이템도 얻으니 

받는 사람은 아주 기분이 좋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케이스 안에는 이 회사의 직원들이 손수 쓴 손편지가 들어있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갔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선 다른 가게의 슈톨렌과는 완전 다른 슈톨렌이 됩니다. 

내년에 또 슈톨렌을 산다면 여기서 다시 구매할 분들이 많겠죠?


제품의 본질은 맛이야. 우리는 맛으로 승부한다. 

껍데기가 뭐가 중요해?라는 생각하시는 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안 팔릴 겁니다. 


다르게 하시려면 비효율에서 방법을 찾으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다름을 만드는 방법 - 수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