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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Nov 01. 2020

큐레이션 - 기껏 다름을 만들어 놓고 알리지 않는다고?


큐레이션이라는 것은 적합한 방식으로 자랑하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껏 고민하여 다름을 만들어놓고 드러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반드시 자랑해야 합니다.  


어떤 카페나 식당, 아무튼 무언가를 파는 곳에서 

본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랑할 때 

뭘 저런 걸 다 자랑을 하나 싶은 경우가 있을 겁니다. 

저거 우리도 다 하는 거고, 실제로 어렵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은데,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경우가 있지요.  


실제로 저희도 그랬습니다. 

저희는 제과와 로스팅을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했던 매장이라서 

소스나 시럽은 늘 직접 만들어 썼어요.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물론 기술적인 디테일에 차이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야 다 같습니다. 

번거롭고 힘들었지만 그것도 당연한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매장은 바닐라 시럽을 직접 만들어 씁니다’라고 자랑하는 카페를 봤어요.  

아 그렇구나. 우리는 더 오래전부터 해 왔는데, 이제 와서 우리 직접 합니다 라고 하기도 

뻘쭘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수제 바닐라 시럽을 자랑하는 그 매장은 ‘바닐라라테’ 맛집이 되었고, 

그 덕에 아주 장사가 잘 되는 매장이 되어서 그거 하나 먹겠다고 멀리서 찾아오는 매장이 되었습니다. 

그 카페와 저희 가게의 차이는 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도 열심히 해 왔는데. 그저 묵묵하게 우리의 길을 걸어왔는데, 겸손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한 것도 잘못이 아니고, 겸손하고 정직하게 해 온 것도 잘했는데 

정직하게 우리도 바닐라 시럽 만들어 쓴다고 말할 걸

의연해지려고 했지만 괜스레 부럽고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자랑을 못하는 걸까.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는 종종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의식하느라 자랑을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거 다 알잖아.  다들 하는 거 아냐?

대단한 것도 아닌데. 


하지만 고객들은 이런 것을 전혀 모릅니다. 

우리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쓰고, 그것의 가치는 무엇이고 

왜 굳이 이렇게 힘들게, 왜 이렇게 비싼 재료를 쓰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고객들은 모릅니다. 

자랑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정확한 정보를 준다고 생각하십시오.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고객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쩐지, 다른 곳과는 좀 다르던데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음료를 만들었구나.’ 

‘재료비가 더 많이 들 텐데 그래도 가격도 비싸지 않아. 좋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그 노력들의 가치를 고객들에게도 알려주세요.  

매장을 신뢰할 뿐 아니라, 이 매장을 선택한 자신에 대해서도 자긍심을 느낄 겁니다. 


큐레이션은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겁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해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더 잘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아주 잘 된 큐레이션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거 뭐죠?

네. 더치커피입니다. 

24시간 내린 커피의 눈물. 

생각해 보십시오. 이거 대단한 거 아니거든요. 

사람이 24시간 동안 스포이트로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는 거 아닙니다. 

그냥 노즐을 조정하면 아무것도 안 해도 물이 떨어지면서 추출이 되는 겁니다. 

예전에 더치커피는 보통 커피보다 훨씬 비싸게 팔렸어요. 

제품의 우수성 때문에 잘 팔리거나 가치 있는 게 아니라 

큐레이션을 잘해서 비싸게 잘 팔린 사례입니다. 

위의 포스터에서 사실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한편 제가 자랑을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호들갑을 떨거나 엄살을 떨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소 과장되다 싶게 밝고 높은 텐션으로 전달하는 것을 못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왠지 오글거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나중에 고객들에게 바른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큐레이션을 하다 보니까, 각자가 가진 톤 앤 매너를 가지고 하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고를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아주 감각적인 영상으로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광고가 있다면 

제품의 성능이나 효능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광고도 있으니까요. 


때때로 '엄살'도 좋은 톤 앤 매너가 될 수 있지요. 


이거 만들기 너무 힘들어. 제발 시키지 좀 마 

이걸 언제 다 치우냐, 자랑에 적합한 톤 앤 매너가 있을 겁니다. 



큐레이션은 우리가 가진 정보와 장점을 잘 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선택한 고객들에 대한 신뢰에 보답하는 일입니다. 

잘 자랑하면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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