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커피 Nov 01. 2020

Essay 3 -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오픈한 홍대 매장은 여전히 잘 버티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나 처음 매장을 시작하던 때의 저는 일희일비가 일상인, 어쩔 수 없는 초보 사장이었습니다.



처음 오픈해 보면 알게 됩니다.


사람이 전부다 라는 사실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할 수밖에 없어요.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방문하던 커플이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커플이 아닌 그냥 썸을 타던 시기였죠.


어떻게 아냐고요?

매장에 사람이 없으면 소리도 잘 들리거든요….


두 사람은 드디어 커플이 되었고, 당시 그리 북적이지 않던 우리 카페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습니다. 물론 당시엔 많이 한가했던 저와도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리고 어느 날 이 커플은 저에게 청첩장을 줍니다.

단골손님의 첫 결혼이었습니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마치 두 사람의 결혼에 제가 힘을 보탠 것 마냥 무척이나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랑, 신부 외에는 단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신부님과 사진을 찍고 기쁜 마음을 전하고 돌아왔습니다.


슬프게도 부부의 신혼집은 홍대와 멀었습니다. 

부부는 더 이상 홍대 매장에 올 수 없었지요. 

두 사람이 다시 매장에 방문한 것은 그로부터 2년 즈음이 지나서였습니다.


“사진 드리러 왔어요.” 하며 결혼식 당일 제가 유일하게 찍힌 신부 대기실에서의 사진을 내미셨습니다.



올해 4월, 이미 커피로스터스에서 만난 커플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이야기가 잘 통한 덕에 빠르게 친해진 커플이었습니다.

만났을 때의 유쾌함이 너무나 매력적인 분들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청첩장을 받았고, 또 신랑, 신부 외에는 인사 나눌 사람 한 명 없는 식장에 들어섭니다.

설마 올까? 하는 마음이었는지 신부대기실로 들어서니 “어머!! 오셨어요?” 하며 손짓으로 불러줍니다.

아무래도 혼자인 사람의 뻘쭘함을 풀어주기 위함이었을지 모릅니다.


이번에도 신부님과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고, 유쾌한 결혼식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저는 다시 한 장의 사진을 받았습니다.


사진을 받고 나니 문득 예전에 받은 결혼식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한번 느낀 뭉클함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옛날의 기록을 찾았답니다.)


디지털이 일상이 되고 많은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아날로그적인 기록을 받으면 묘한 감상에 젖습니다.


당시의 일이 특별했다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첫 커플의 결혼식 사진은 처음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전해받은 터에 훨씬 더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점철된 이 세상에, 사진 한 장을 잊지 않고 전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여러분. 저의 지인입니다. 

저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사진을 받으니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구나, 뭉클한 감정이 스몄습니다.


매장을 오래 하다 보면 종종 잊게 됩니다.

사람이 전부라는 사실을 말이죠.

저도 아마 가끔 잊었겠지요. 사람보다는 기능적인 수행이, 흐르는 시간이 먼저였을 지도요.


하지만 지금은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그러려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작가의 이전글 큐레이션 - 기껏 다름을 만들어 놓고 알리지 않는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