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불합격 통보를 전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그때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던 지원자였다.
요약해보면 자신이 불합격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다.
뭔가 닿을 듯한데 닿지 않는 안타까움에,
뭘 노력해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알고 싶어 했다.
평가자의 입장에서 뱉은 무심한 말이 누군가에겐 무거운 돌덩이가 될 수 있을 테니,
답장을 하는 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쓰릴 수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녀는 조금 아팠을지 모르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멋진 공간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그 친구가 와인을 들고 매장에 놀러 왔다.
최근 와인을 즐기는 걸 보고 자신이 일하는 매장의 소믈리에에게 추천을 받아서 가져왔다고 한다.
바리스타와 소믈리에가 공존하는 카페 겸 비스트로에서 근무하게 되었기에 더욱 축하해주기도 했었다.
당장 내가 집중하는 커피가 전부일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경험을 해봐야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이해할 수 있다.
세상과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다.
그렇기에 자신이 모르던 영역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친구가 매장 소믈리에에게 선생님이나 멘토 같은 분에게 가져가려고 하니 추천을 해달라고 해서 가져왔다는 와인.
소믈리에가 성별이 뭐냐고 물으니 40 정도의 남성이라고 이야기하니.
아제에게 주라고 'AZZEZU'를 추천해줬단다...
(실은 맛있는 내추럴 레드와인이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관계를 맺어간다.
누군가에게는 면접을 불합격시킨 나쁜 사장과 취업 희망자였을 뿐이지만,
이것 역시 멋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
또 덕분에 미루고 미루고만 있던,
이미 커피로스터스의 첫 회식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 와인 그리고 회식을 할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