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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Sep 29. 2021

들어가는 글

‘여러분, 사장님 커피 내리십니다. 사진 찍으세요’'


얼마 전 매장에서 제가 커피를 내리는데, 저희 직원 한 분이 장난을 쳤습니다.

‘와 신기하다. 사장님이 커피를 다 내리네’

마침, 그날따라 단골손님들이 제법 많았던 날이었는데 한분이 맞장구를 쳤고 다들 한바탕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카페 사장이 ‘커피 내리는 일’이 무슨 별스러운 일이라고 이런 광경이 펼쳐졌을까요?



저는 ‘카페 사장'입니다.

첫 가게를 시작한 이후에 10년 간 총 네 개의 매장을 열었고,

처음 시작한 매장을 10주년 기념으로 리뉴얼을 했는데 이전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였기에,

사실상 5번의 창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카페와 카페 사장은 여유롭고 낭만적이지만,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말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백조의 우아함은 물속의 다리에 있다’는 말이 있죠.

카페를 운영하는 일은 그런 것입니다.

직원 없이 일하던 초창기, 하나부터 열까지 저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었고 직원을 뽑은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채용을 한 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해서 한 거니까요.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일도 해야 하고, 이제는 직원 월급도 줘야 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제가 가게고 가게가 저였던 시절이었죠.


보통 카페 사장하면 워라벨(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저는 워라일체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워크 앤 라이프 일체입니다.

직원들은 퇴근이 있지만 카페 사장은 퇴근이 없습니다.

영업시간이 끝나도 사장은 일을 합니다.

손발이 쉬어도 생각은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세 번째 매장까지 열고 나서 저는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장이 늘어나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지만, 당연히 비용도 증가합니다.

그런데, 장사가 늘 잘 될 수만은 없기에 수입은 고정적이지 않은데 인건비, 임대료 등의 꾸준히 고정적으로 오르게 되어

안정적인 수익은커녕, 운영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지요.

즉,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카페는 하루가 다르게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카페가 많아진다고 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단기든 장기든 주변에 새로운 카페가 생기면 우리 매장의 매출은 타격을 입게 됩니다.

최후까지 살아남을 각오로 열심히 해도, 카페 하다 망한 자리에는 보통 카페가 들어오니 경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수익을 유지하고 생존을 이어가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이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저희 매장은 주변의 다른 곳에 비해서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삶이 월등히 나아지거나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았고 불안한 요소가 너무 많았습니다.


비싸고 좋은 커피를 볶아서 좋은 가격에 팔고, 시즌마다 새로운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고,

정말 너무 하기 싫었던 인스타그램도 하고 했지만 눈앞의 위기만 타개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비단 저희 가게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은 줄고 점점 더 불안해졌습니다.

위기의식이 커져가면서 ‘이대론 안 되겠다' ‘전혀 새롭게 문제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생각의 전환을 위해서 저는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첫 번째는 공부를 했습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모임에 참가하여 브랜딩, 마케팅, 경제, 경영, 인문학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커피 공부는 안 했습니다.

좋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췄다는 의미는 아니고, 지금까지 해온  커피에 대한 방향성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커피는 열심히 해 왔고 앞으로 열심히 할 것이기에 여기서 답을 찾진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얕은 수준에서의 교류보다는 심도 깊은 대화를 원했기에 독서모임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가게 하면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주로 손님 아니면 동종업계 분들이 전부였는데 독서모임에서는 꽤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었지만, 각자 자기의 일을 사랑하고, 발전을 꿈꾸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도전정신에 주목하다 보니 스타트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만났고, 공간 비즈니스, 라이프 스타일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 쪽에 계신 분들은 별로 안 만났습니다.  

제가 원래도 커피업 종사하시는 분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하던 사람도 아니었거니와 무엇보다도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제 일을 다시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치열하게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 생각들을 직원들과 나누면서

앞으로의 ‘이미'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데 총력을 다했습니다.

그 일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 순차적으로 저는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업무를 직원들의 몫으로 넘겼고

제 손은 드립포트나 포터 필터를 잡는 시간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머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저희 매장엔 제가 일할 자리가 없거나, 출장을 가거나 하는 일이 많아졌고 커피를 내리기는커녕, 내 카페에는 거의 없는 ‘카페 사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급기야 바에 서서 커피 내리는 일이 구경거리가 되는 그런 사장이 되었네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카페에 관련한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이미 커피'의 이야기를 통해서 창업에 도움을 드리고자 쓰였습니다.

상담과 교육, 세미나와 컨설팅, 메뉴 개발, 디렉팅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들입니다.

카페 창업에 관련한 거의 모든 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 책은 굉장히 현실적인 책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카페 창업에 필요한 실무적 지침을 전달하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카페로 생존하기 위해서 꼭 고민해야 하는 것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책입니다.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신다면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이 내용으로 세미나를 듣고 창업에 대한 계획을 미루거나 접거나, 혹은 좋은 회사로의 이직을 선택한 분도 계십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카페의 현실과 창업을 준비하며 반드시 진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심도 깊은 질문과 과제를 받게 될 것입니다.

격려나 응원은 끝에 가서 해 드릴 테니 열심히 따라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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