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계세요? 커피 어디에서 배우셨어요?
사장님 계세요?
처음에는 저와 동생, 둘이서만 일을 했습니다.
동생은 케이크를 만들다가 나와서 주문을 받거나 서빙을 해야 할 때가 생겼고,
커피는 또 저의 영역이다 보니 저는 매장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점차 가게가 알려지고 손님이 늘게 되니 둘이서 하기엔 점점 힘에 부쳐서 파트타이머 직원을 뽑았습니다.
새로 사람을 뽑으면 당장에는 사장의 일이 늘어납니다.
시시콜콜 가르쳐야 할 것도 많고, 성장하기 까지의 뒤치닥거리도 생깁니다.
능숙해지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한 동안은 서로 홍역을 치르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면서 한결 편안해지긴 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 매장에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러 오시는 분이 많아지면서 손님들이 사장을 찾기 시작합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사람들은 핸드드립 커피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습니다.
뭔가 커피 고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다 보니 가게 밖에서 안을 살피다가 제가 없으면 돌아가거나
들어오더라도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아메리카노를 시키시곤 했어요.
직원 입장에선 마음이 불편했을 겁니다.
커피라도 많이 남기고 가면 자신감도 떨어졌을 거고요.
어떤 매장들은 사장님이 안 계실 때는 드립 커피가 안 되는 집도 있습니다만,
그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커피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고자 제가 오랫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실무와 연결 지어 교육했습니다.
교육기관처럼 기초부터 심화까지 전 과정을 채워주기보다는 현장 실무와 연결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
그리고 스스로 커피를 탐색해 갈 수 있는 기초적인 원리를 가르쳤습니다.
교실에서 앉아서 정해진 시간 동안 진행하는 교육은 아니었지만 책과 현장에서 배운 것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디테일을 만들고 발전시키고 확장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원 중에는 바리스타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가 있었는데,
학교에서는 설명 없이 기계적인 실행과 반복만 했던 것들이 있는데 비로소 왜 그런지에 대한 원리를 알게 되어서 기뻤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로스팅도 가르쳤습니다.
로스팅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기계 작동법을 가르친 다음에 가게에서 판매 중인 커피로 실습을 했습니다.
사장이 볶은 것과 비교도 해보고, 각자가 볶은 커피를 내려서 비교시음도 했습니다.
근무시간 전에 허락을 받아서 로스팅을 하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자신이 내린 커피를 서비스도 하며 커피에 대한 경험을 확장해 갔습니다.
이후에는 창업에 관한 것, 음료 개발 등에 대한 교육도 이어갔습니다.
저는 실습 위주가 아닌 원리 위주의 교육을 했습니다.
매장마다 주어진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미에서 평생 일한다면 모를까 언젠가는 함께는 사람이 달라지고, 지역이 달라지고, 재료가 달라지고, 콘셉트가 달라질 테니까요.
직원 교육은 저와 제 매장을 위한 것입니다.
매장을 잘 운영하기 위함이죠.
그런데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임금이 높은 편이 아닙니다
카페의 수익구조상 많은 급여를 주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앞으로도 밝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장으로서 뭔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 같은 직군의 다른 업장으로 이직을 할 수도 있으니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가르치자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지금도 저는 직원들을 교육합니다.
요즘은 커피보다는 마케팅, 브랜딩, 글쓰기, 비즈니스 이런 것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싫어하는 것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게 뭐 대수라고
이미는 전문적인 제과 파트와 함께 시작한 덕분에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퀄리티가 높은 디저트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유행하는 아이템 몇 가지 레시피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공자가 가질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일 수 있었죠.
단순히 맛있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음료와의 어울림이라거나 손님들의 반응에 따라서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음료에 사용하는 시럽, 소스, 크림 등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바닐라 시럽이나 캐러멜소스 등은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통칭 휘핑크림으로 불리는 식물성 크림 대신 동물성 크림을 사용했습니다.
공산품이나 식물성 크림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의 의도에 맞게 시럽과 소스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죠.
그런데, 저희는 굳이 이것을 강조하진 않았어요.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물론 비용은 더 많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비싼 걸 씁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뭔가 민망하더라고요.
저희만 쓰는 것이 아니니까요.
손님들께서
‘이미의 크림은 다른 곳과는 달라요. 고소하고 풍미가 좋은 것 같아요.’라고 하면 그때에 설명이 들어가죠.
‘사장님, 바닐라라떼에 뭐가 많이 빠져 있는 거 같아요'
‘네, 그건 바닐라빈인데요, 저희가 바닐라빈으로 직접 시럽을 만들거든요’
‘아 그랬구나. 전 이미 바닐라라떼가 제일 맛있는데 자꾸 이런 게 보여서 마음에 걸렸거든요'
이런 일들이 자주 있었어요.
참고로 현재 바닐라빈의 가격은 너무너무 많이 비싸져서, 은보다도 비쌉니다.
아무튼 저희 에겐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자신과의 약속이다. 자부심이다.’ 이런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늘 해 왔던 것 들 중에 하나였어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모 카페에서 바닐라 시럽을 직접 만든다는 게 알려져서 손님이 엄청 늘은 거예요.
또 어떤 카페에서는 커피 위에 동물성 생크림을 동그랗게 올려서 만드는 메뉴로 대박이 났죠.
나중에 저희 직원이 된 손님께서 당시에 ‘사장님 이런저런 일이 있는데 이미는 원래부터 그렇게 해 오셨잖아요. 지금이라도 좀 알리시죠'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뭐 대수라고요. 저희만 하는 것도 아닌데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걸 자랑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좀 불편하겠지만 우리를 아껴주시는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건 일종의 감사 표시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쓰려고 하고 늘 노력하고 있다.
믿고 드시고, 이미를 선택한 것에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다.’라는 메시지를 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로 저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주 많이 바뀌었는데요.
특히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잘 들으세요. 무조건 자랑을 하십시오. 자랑을 잘하셔야 합니다.
자랑만 잘해도 망하지 않습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자랑하는 거 그게 뭐 대수라고요' 자랑하십시오.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서 잘 되는 드라마가 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나에게 생기기에는 정말로 카페는 너무너무 많고,
자랑거리가 많은 카페도 정말 많습니다.
자랑하기에 대해서는 뒤에서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커피 어디서 배우셨어요?
세상을 살다 보면 되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는 사실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만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요.
가족, 친구, 친적, 연인, 동료들로 한정되죠.
그런데 직업에 따라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주로 서비스직이 그렇고, 카페도 마찬가지입니다.
카페를 하다 보면 매장의 커피 실력을 가늠하려는 손님들도 제법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런저런 낚시성 질문을 던지는 분들도 계시고
카푸치노 거품의 질을 보려고, 스푼으로 밀어보거나 슬러핑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슬러핑이란 커피 맛을 평가하기 위해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시음하는 스킬인데, 스푼을 이용해서 커피를 빠르게 흡입하는데 통상 큰 소리가 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소비자의 권리이기도 하니까 저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손님이 기억나네요.
저희 매장을 알고 오신 건 아니고 테이크아웃을 하러 들어오신 거였죠.
원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려던 것 같은데,
메뉴판에 적힌 싱글 커피의 이름들을 보시더니 ‘에티오피아 아이스 테이크아웃으로 부탁드려요'라 하시더라고요.
커피를 내리려고 뜸을 들이기 위해 첫 물을 붓고 기다리는데 무척 유심히 보시더라고요.
예전의 이미는 바 자리가 4석이 있었는데 바에 앉으시면 바 앞에서 커피를 내려드렸어요.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커피 내리는 모습을 잘 보실 수 있게, 앞에서 내려드릴까요?’라고 했더니
‘그래요? 잘 내리셔야 할 텐데, 저 커피 강사거든요’
아..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요. 돈 받고 파는 건데 잘해드려야죠'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커피 한 모금을 드시고는 맘에 드셨는지 ‘커피는 어디서 배우셨어요?’라고 물으셨고
‘저는 따로 교육기관에서는 못 배웠고 일본에서 몇 년 일을 했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이후에 특별한 반응이나 대화 없이 나가셨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어쩌면 ‘잘 보실 수 있게 앞에서 내려 드릴까요'라는 말을
‘커피 내리는 거 처음 보시나? 한번 보실래요?’라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던 건가 싶어서 한편으로 오해했나 싶기도 합니다.
카페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해 없는 의사소통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기분이 상하거나 마음이 다치는 일도 생깁니다.
어쩔 수 없으니 기분이 좀 나쁘더라도 ‘찾아와 주신 게 어디냐’ 긍정적인 마음과 감사한 태도로 하루하루를 살다가는 병납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 성격대로 다 한다고 줏대 있고 철학 있는 가게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죠. 접객은 참 어려운 영역입니다.
내공이 쌓일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도 사장의 몫입니다.
저희만의 해결책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