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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Dec 28. 2021

프시케 소행성

픽션인데요. 현실이라네요.



넷플릭스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

넷플릭스를 안 보면 소외당하는 시대. 어떤 칼럼이나 책 보다 넷플릭스 작품들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D.P>의 군 문제, <오징어 게임>의 양극화 문제 등은 미디어들을 비롯해 정치인들, 그리고 북한 사람들까지 앞 다투어 소셜 네트워크에 논평하는 게 시대의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


그 작품들을 이을 다음 타자는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개된 SF 블랙 코미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일 것이다.      

이 영화는 <빅 쇼트>의 아담 멕케이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데이빗 시로타가 스토리를 만들었다. 둘 다 진보적인 문화예술인으로 꼽힌다. 한편, 영화에는 거물급 유명인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살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등 화려한 라인업을 선보인다.      


<돈 룩 업>이 핫한 이유

우선 볼거리가 많고 꽤 재밌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해 폭망 하는 성탄 영화인데, 각 사회의 부분들을 신랄하게 풍자한 점이 매력적이다.  기존 재난영화의 문법들과는 좀  다르게, 더 또라이 같이 풀어내서 더 재밌었다. 최근 웨이브에서 개봉해 소소하게 입소문을 탔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와 풍자의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돈 룩 업>은 티저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구 종말에 관한 것이니 당연히 픽션이 아닌가. 나는 이 드립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극 중 가장 소름 돋았던 인물은 피터인데 그는 애플이나 테슬라를 연상케 하는 빅 테크 기업의 수장이다. 만약 누군가 그에게 "순진한 척 하면서 사실은 비즈니스 맨의 사고가 아닌가요?"라고 지적한다면, 그는 “내 알고리듬은 당신의 nn개의 개인 정보를 다 갖고 있다.”라면서 까불지 말라는 눈빛을 보낼 것이다. 또 그는 "나는 사업이 아니라 인류의 도약을 꿈꾼다."고 일갈한다.  오은영 선생님이 금쪽이를 상담하면서 "자신이 오롯이 누군가에게 헌신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알려주셨다. 무조건적으로 본인 생각을 정당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프시케 행성과 일론 머스크의 욕망

빅 테크 기업의 CEO 피터는 중국을 이렇게 비유한다. "중국이 판다 같은 앞발로 모든 광산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죠. 지구로 오고 있는 행성의 광물은 최소 32조에요."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이다. 희토류의 장점은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고, 열을 잘 전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 자동차나 스마트폰, 컴퓨터 생산에 핵심적인 물질이다. 단점은 희귀하다. 수급은 폭발적인데 공급은 부족하다. 지구에서 희토류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이 전 세계의 희토류 생산량 97%를 차지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큰 무기를 거머쥔 셈이다.


16 프시케 소행성 (사진=NASA/JPL-칼텍/ASU)

영화 속 소행성을 보며 '16 프시케'라는 소행성을 생각한다. 지구에서 3억 7천만 킬로미터가 떨어져 화성과 목성 사이를 공전하는 행성이다. 이 친구, 살아오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다른 행성들에 치이고 치여 맨틀과 지각이 없어졌다. 그래서 금속 광물 덩어리가 됐다. 철과 니켈 등등이 풍부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구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말아 자신을 내어주게 생겼다. 희토류로 골치 아프던 미국은, 나사는, 테슬라는 이 소행성을 보고 군침을 싸악 흘렸다.  지금 이 이야기는 영화 줄거리가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나사는 2022년  8월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인 ‘팰컨 헤비’에 소행성 이름과 같은 탐사선 '프시케'를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프시케 탐사선이 순항하면 2026년 1월 소행성 프시케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탐사선의 임무는 금속 소행성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예상한 대로 ‘16 프시케’의 철의 가치가 1000경에 달한다면, 그 이상이라면 아마도 그들은 "심 봤다"를 외치고 대량으로 채굴을 시작할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미국은, 테슬라는 중국이 거머쥔 세계 희토류 공급 주도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 테슬라만 해도 전기자동차 배터리에서 니켈 비중을 늘리고, 코발트 비중을 줄여 더 저렴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불편한 진실

이 영화는 놀랍도록 지구 밖에서 지구를 관찰하는 시각임이 느껴졌다.(내 생각이다) 그만큼 연출진이 사회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 거겠지.


 "위를 보지 마(Don't Look Up)"에서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기득권의 우롱에는 늘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이 따른다. 현실에선 권선징악 이야기는 찾기가 힘들다. 위기의 순간 기득권들은 이미 탈출구를 마련하고 평범한 이들은 그저 서로를 의지할 뿐.

아니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약탈할 뿐.


그래도 영화의 말미에는 따뜻한 장면들이 있다. 스포이니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그 장면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인간다움을 잘 보여준 장면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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