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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Mar 03. 2022

연대는 동사다

“Solidarity Is a Verb"


코끝에 닿는 공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봄이 왔다. 그러나 춘래불사춘, 모두에게 같은 봄이 오진  않은 것 같다.      


나는 비교적 축복받은 세대라 순국선열들의 희생으로 얻어낸 평화가 넘실거리는 시대에 자라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평화를 갈망해 본 적이 없다. 이미 가져본 것이기에.


그런데 최근에 들어 러시아군의 극악무도한 우크라이나 침공과 반인륜적인 행태들을 보면서  평화가 절실해졌다.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잔인한 전쟁의 흔적들은 더 이상 역사 교과서에나 나오는 일이 아니었다. 일전에 홉스가 말한 것처럼, 누구도 안전할 수 없을 때 인간은 평화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임을 느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미국의 긴장감, 남북관계까지 톱니바퀴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그 원인은 세계 경찰 역할을 맡았던 미국의 입지 때문이다. 지금 이 시기는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가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 국제 컨설팅 그룹인 유라시아 그룹도 2022년의 가장 큰 리스크를 '국제 현안을 이끌 지도력의 공백'이라고 피력했다.     


전쟁의 방식이나 연대하는 방식 등도 여러모로 달라졌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인이 갈취한 아이폰, 맥북을 내 기기 찾기기능을 써서 러시아군을 역으로 찾아냈다.


연대의 방식도 새로워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가상자산 주소로 직접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으로 은행 시스템이 멈추자 무기 구입 및 물자 확보를 위해 공식 SNS 계정에 가상자산으로 후원받는다는 글을 게시한 뒤 전 세계에서 기부가 이어졌다. 31일 기준으로 165 BTC가 모였다. 한화로 약 85억 원이다. 마치 금 모으기 운동의 2022년 세계 버전이다.    

  

노란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꽃이자 '국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항전하다가 숨진 사람들이 해바라기 평원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또 전쟁이 일어났다.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전쟁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연대는 동사다. 마음 같아선 당장 전쟁을 멈추고 헤집어 놓은 시신들을 수습하는 그런 어벤저스들이 달려오면 좋겠지만 히어로들은 휴업 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그들과 연대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나도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 후원금을 조금 보탰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에게도 매서운 겨울이 어서 지나가기를. 해바라기들의 허리가 더 이상 부러지지 않기를. 공포에 떨고 있는 그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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