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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Feb 07. 2022

사유의 방

반가사유상은 우리의 모습이다


어떤 일이건, 잘 모르면 휘둘린다. 잘 모르면 큰 숲을 봐야 할 때 나무를 보고, 나뭇가지만 보며 매달리게 된다. 업무는 더욱 복잡해지고 중구난방이 된다. 기획자라면 기획 단계에서 그 업무의 목적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정말 본질을 잘 꿰뚫는 사람은 단순하고 심플하게 일한다. 본질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게 된 사유의 방전시장에 들어간 순간 본질집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학부에서 서예를 전공했을 때 ‘여백’의 미학을 참 좋아했다. 여백은 허전함이 아니라 공간의 밀도라는 거다. '여백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물과 공간이 강렬한 에너지로 반응하면서 서로에게 응답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라고 이우환 화백도 비슷한 어록을 남겼다.   

  

물론 법고창신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어떠한 변주든 본질의 가치는 훼손되면 안 된다. 사유의 방 전시는 대체로 파격적이라는 말이 어울렸는데, 자극적이거나 난폭한 전시가 아니라 과감했다. 새로움이란 가는 길이 두렵지 않은 자들의 몫이다. 이 전시는 공간, 작품의 배치 등등 모든 면에서 파격적으로 우아했다. 이런 아웃풋은 보통 덕후들에게서 나오는데. 그런데 기사를 검색해보니 내 감이 맞았다. '사유의 방' 전시는 국내 불교미술의 최고 권위자인 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기획한 전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반가사유상을 흠모했고, 관장이 되자마자 이를 위한 전시공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반가사유상. 나같이 뭐 모르는 사람 도 그 절묘한 미소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의 그 넓은 공간은 오롯이 이 작품들을 위해 존재했고 사람들은 모두 숨 죽이며 반가사유상을  바라보게끔 했다. 여백의 밀도에 압도되고 사유상의 미소에 빠져들었다.      


요즘 이 반가사유상 유닛의 미니어처가 없어서 못 살 만큼 인기다. 나도 불교이신 부모님을 위해 기념품샵에서 한 점 구매했다. 이 작품들이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인간적인 모습 때문이  아닐까.     


반가부좌를 틀고 골몰하는 모습.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모습이다. '사유'라는 말처럼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인 것이다.     


사람들은 삶의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 순간 마음속에 가부좌를 틀고,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반가사유상은 그런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6~7세기에 만들어진 국보 78호와 83호 유닛 그룹은 2022년 새해에도 관람객을 맞으며 인간의 생로병사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다행히도 득템한 반가사유상 굿즈. 효녀는 어머니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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