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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죄로 볼 것인가

서울 초등생 순유입 수로 본 '교육 양극화' 심화

by 빵부장


서울 교육의 민낯이 드러나는 데이터가 있다. 학교알리미가 공개한 2024학년도 초등학교 전입학·전출 학생 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간 교육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2,575명의 순유입을 기록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양천구(896명), 강동구(749명)가 뒤를 이었다. 반면 구로구(-430명), 동작구(-440명), 영등포구(-440명) 등은 대규모 순유출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다. '교육 선택권' 행사가 만들어낸 냉혹한 현실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이사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부모들의 열정은 맹모삼천지교라고 하지 않았는가. 수백 년간 계속되어 왔고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자 하는 본능적인 선택이다.


6학년 유입이 많은 강남구(629명)와 양천구(248명)는 이런 현상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학교 배정 직전까지 학부모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떠나고 있다는 신호다.



악순환의 고리, 끊을 수 있을까. 이번 데이터가 던지는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학군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강남구 한 곳에만 2,500명 이상이 몰렸다는 것은 서울 교육이 소수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교육 기회 균등이라는 공교육의 기본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6학년 시점의 대규모 이동은 중학교 배정을 겨냥한 학군 이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순유출 지역교육 인프라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영등포구, 구로구 등에서 400명 이상씩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은 해당 지역 학교들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는 교육 예산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교육 여건 악화라는 악순환을 만든다. 특히 3학년부터 전출이 시작되는 지역들은 이미 학부모들로부터 '교육 포기 지역'으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셋째, 현행 교육 정책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그동안 추진해온 평준화 정책과 사교육 억제 대책만으로는 이미 기울어진 교육 판을 바로잡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욕망을 죄로 볼 것인가. 부동산 집값, 그리고 학군 쏠림 현상은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나조차 자녀가 있으면 좋은 곳에서 키우고 싶지 않겠는가. 좋은 곳에 살고 싶지 않겠는가? 그 욕망을 과연 죄로 볼 것인가?

하지만 개인의 선택이 집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는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만 교육 자원이 집중되면서 나머지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교육 기회 박탈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해법은 '끌어올리기'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핵심은 '끌어내리기'가 아닌 '끌어올리기'다. 순유출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교원 배치 확대,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학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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