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말고 '오서방'

6.27 대책 왜곡,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다

by 빵부장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규제를 둘러싼 '한국인 역차별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진짜 문제를 가리는 가짜 프레임에 불과하다.


6월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출규제는 상위 10%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에 칼을 댄 정밀한 접근이었다. 세금이 아닌 금융 규제 방식으로 시장 과열을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28일부터 적용된 이 규제가 해외 대출 자금으로 매수하는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보수언론은 마치 정부가 수도권 집을 외국인만 살 수 있게 한 것처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다. 조선일보 계열 부동산 플랫폼 '땅집GO'의 "중국인이 틱톡에서 한국 부동산을 쇼핑한다"는 영상이 커뮤니티까지 퍼지는 상황이다.


익숙한 전략이다. '역차별 프레임'은 보수언론이 민심을 자극할 때마다 꺼내드는 상투적 레토릭이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택은 10만 216가구다. 전체 주택 중 0.6%에 불과하다. 외국인 보유 주택의 72.7%가 수도권에 있지만, 이는 시장의 주류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지역이 아니다. 외국인 매입이 집중된 곳은 주로 구로, 금천, 영등포 등 상대적 저가 지역이다. 강남 3구 같은 초고가 지역에서 외국인 매입 비중은 전체 거래의 1-2%에 그친다. 시장을 흔드는 주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왕서방이 강남 아파트를 쓸어담는다'는 뉴스도 틀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서울에서 이뤄진 중국인의 부동산 매수는 243건 이었다. 이는 외국인 매수의 45.4%를 차지한다. 서울에서는 구로구(47건), 금천구(44건)에 중국인 매수가 몰렸고, 같은 기간 강남 3구에선 아파트·빌라·상가를 모두 합쳐도 12건에 그쳤다.


물론 일부 중국인 등이 '검인계약'과 감정가 부풀리기 같은 사각지대를 이용한 것은 제도적 허점의 문제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외국인 부동산 취득 규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다.


서울 부동산을 흔든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올해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한강 벨트 일대의 토지거래허가제해제하면서 시장이 움직였다.


예상대로 강남을 누르자 투기 수요가 성동·마포·영등포 등으로 이동했다. 갭투자 기대감이 커지며 서울 아파트 가격은 6년 9개월 만에 최대 폭(0.43%)으로 상승했다. 전세가 상승과 생활물가 불안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전이 현상'이 발생했다. 오 시장은 뒤늦게 불을 끄겠다고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했지만, 이미 시장은 들썩인 뒤였다. 오락가락한 서울시의 졸속 행정이 불안을 키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6월 27일 정부의 대출규제다.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는 "최근 수도권 지역 부동산 시장 상황 등과 맞물려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사후 대응이지만, 정밀한 타겟팅이었다.


대출 규제 대책 발표 후 언론은 또다시 "2030 세대의 내집 마련 길이 완전히 막혔다"며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르다. 이번 조치가 겨냥한 대상은 강남권 고가 주택(15억원 이상)에 투자 목적으로 접근한 상위 10%다. 대다수 서민 실수요자나 비강남권 구매자에겐 직접적 영향이 없다. 오히려 투기 억제로 실수요자 보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25개구 중 15억원 이상 매물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강남 진입이 차단됐다'는 식의 호도는 서울 전체가 강남으로만 이뤄진 듯한 착시를 유도한다. 주거 안정을 바라는 다수 시민들의 현실은 철저히 외면되고, 일부 기득권의 불만이 '청년 절망'으로 포장되는 순간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가짜 프레임이 진짜 문제를 가린다는 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라는 정책 실패, 투기 세력의 지역 이동, 전세 시장 불안 등 구조적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민생 중심 정책이 가짜 프레임에 흔들리지 않도록, 언론과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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