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신냉전의 서막이 열렸다. 어제 북·중·러 3국 정상의 회동은 국제질서에 균열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한반도의 평화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한 우리 역시 외교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미국에서는 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권한에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은 있으나, 그 권한이 곧바로 관세 부과 권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판결이다. 이에 트럼프는 “패소한다면 미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질 것”이라며 방방 뛰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신하지만, 플랜 B도 준비돼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실제로 미국의 무역법 체계에는 언제든 활용 가능한 다양한 카드가 존재한다.
◇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는 1기 때 철강 관세에 이 조항을 적용해 효력을 입증한 바 있다.
◇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국을 직접 겨냥한다. 일반·슈퍼 301조로 나뉘는데 일반 조항은 업계 제소가 필요하고, 슈퍼 조항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체 발의로 보복관세를 가할 수 있다.
◇ 무역법 201조는 수입 급증으로 미국 업체가 피해를 볼 때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다. 2018년 세탁기·태양광 패널 관세가 대표적이다.
◇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를 빌미로 긴급 수입 제한을 허용한다.
◇ 관세법 338조는 타국이 미국에 차별을 가할 경우, 기한 없이 최대 50%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다. WTO 설립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WTO 탈퇴까지 공언한 트럼프에게는 현실적 카드로 쓰일 수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소송에서 트럼프가 지면 한국과의 관세 협정이 무효화될 수 있다”는 식으로 위기론을 띄우지만 실제 판세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트럼프식 정치에서 ‘패배’는 곧바로 ‘후퇴’가 아니라, 새로운 공격 수단을 꺼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 2심 판결이 전원 일치가 아니었다는 점도 두고 볼 일이고, 이번 소송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더라도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법적 무기를 꺼낼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부과된 관세를 유지한 채, 앞으로의 신규 관세만 무효화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연방대법원은 9월 말까지 휴정기를 갖는다. 9월 말에나 대법관들이 복귀해 쌓인 숙제를 논의하는 롱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관세 이슈가 안건으로 채택되면 10월부터 변론이 시작되고 판결은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