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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라a Feb 05. 2023

[어머니의 식탁] 마음 포근 미역국

많이 힘들었나요? 당신의 마음에 따스함을 전해요.

 해외에 있는 동생의 생일을 알고 나면 이 미역국을 먹이고 싶었고,

 아이를 낳은 내 친구의 조리원 입소날을 알고 나면 이 미역국을 먹이고 싶었고,

 친정 엄마의 생신날,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대신 이 따뜻한 미역국을 드시게 하고 싶었다.

어머니! 이거 뭐예요?
미역국이 왜 이렇게 맛있어요?

양지머리 고기를 푹 삶아 찢는다.
불린 미역을 꼭 짜서 냄비에 담는다.
담긴 미역에 참기름을 큰 스푼 5스푼을 넣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그대로 미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한 그릇 물을 담는다.
다시 중불로 끓인다.
맛을 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엄마!!!!!!
이거 뭐야 머리카락이야?
머리카락이 바글바글 막 밖으로 나와있어!!!

 미역은 자칫 잘못하면 그냥 밖으로 탈출한다. 자세히 보면 4인분이다. 한방에 다 끓이면, 탈출한다. 에잇. 결혼하고 나서 남편에게 첫 미역국을 끓여주겠다고 맘 열심히 봉지 뜯었다가 탈출해서 온 가족 소리 지르며 난리 법석이었고 결국 우리는 저녁에 아리따운 미역국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아리따운 미역국엔 젓갈 한 스푼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 비릿한 맛의 차이-기호의 차이라고 해두자-로 인해 남편은 두 스푼을 먹었고 결국 우리 들의 미역국은 아리따운 자태만 남기고 사라졌더랬다. 소금으로 간을 한 깔끔한 미역국을 먹던 남편이 힘겨울만 하지.

 타지 생활을 할 때는 귀로 미역국을 들었다. 생일날이 되면 미역국 끓여주러 오시겠다는 엄마의 말씀에 괜찮다며 스스로 챙겨 먹을게요 하루에 몇 번 귀로 미역국을 들었다.

 아이를 낳고서는 ‘내 너를 통실통실 이쁘게 살찌우겠다’며 이틀에 한 번꼴로 미역국을 먹으며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보신했다.

 보글보글 미역국이 끓는 소리에 눈을 떠서는 오늘 누구 생일이야? 하며 자연스레 묻기도 하고, 생일이 아닌 누군가에는 미역국의 그 따스함이 보약이 되기도 한다. 대접을 받은 기분이다. 미역국 한 그릇에 생일 상을 받은 기분이랄까. 부드럽고 뜨뜻해서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힘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대접하고픈 그런 음식이다.

 가만히 미역국을 먹다 보니 부드러운 고기에 국물이라도 먹이고픈 마음에 한 그릇 떠 딸아이를 쫓아간다. 귀로 먹었던 그 미역국에도 우리 엄마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있었겠지. 충분히 익히고 끓여 따뜻한 마음 포근 미역국을 우리 엄마를 위해 꼭 끓여봐야겠다 싶다. 같은 미역국은 아니더라도 직접 내가 챙겨줄 수는 없더라도, 국 한 그릇에서 오는 따스함이 많은 이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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