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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Mar 05. 2022

초연하게 살 수 있을까

김영,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카멜북스)


며칠 전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만난 책. 다소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룬 책들을 읽고 있던 요즈음, 마음 편히 즐거이 읽을 에세이를 찾았다. 봄바람이 훈훈한 날들, 가을방학의 <속아도 꿈결>에 나오는 가사가 자꾸 생각나 흥얼거리게 되는 요즈음이다.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 때
이를테면 봉별기의 마지막 장처럼

_가을방학, <속아도 꿈결> 중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한가롭게 책장을 넘기는 그런 순간에 어울리는 책을 읽고 싶었다. 너무 무겁지도, 마냥 가볍지만도 않은 그런 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만가만 만지는 담백한 문장, 은근한 웃음이 쿡쿡 하고 나오는 그림이 너무 잘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과연 연연하지 않고 초연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담긴, 그게 쉽지 않지만 이 혼란한 세상에서 '자기의 세계'라는 원을 가만히 그리고 넓혀가는 사람의 스토리. 그게 읽는 사람에게 은근한 위안이 된다.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여 시끄러운 이 세상 속에서 자기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란 얼마나 지난하고 때로 어려운 과업인가. 남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을 안아주는 데 은근히 박한 우리들.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쉽게 자책하고, 모나고 어긋난 자신의 모습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냥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 이에게 거대담론보다는 때로 따뜻한 차 한 잔이, 부드럽고 다정한 손길이, 확신어린 조언보다는 이러한 담담한 자기고백이 오히려 힘이 된다.


그리하여 오늘도 즐거이 읽고 있는 이 책, 김영 작가의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를, 봄날의 산책과 함께 당신에게도 권합니다.



#김영

#연연하기싫어서초연하게

#카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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