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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Mar 20. 2022

벽돌책 읽기 프로젝트

시작은 피케티


근래의 독서

얼마 전 꽤 괜찮은 북리뷰 매거진 《서울리뷰오브북스》를 오랜만에 주문해 읽었다. 첫호부터 읽어봤는데, 편집진과 필진이 필드에서 뛰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분들이라 배울 점도 많고 믿음이 가더라. 하여 이렇게 간간이 읽어보고 있다.


이번 호의 테마는 <빅 북, 빅 이슈 Big Books, Big Issues>. 이 때의 '빅Big'은 단지 'great'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빅'한 책, 그러니까 '대따 큰' 책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소위 '  ' 말이다.

보기만 해도 왠지 배부른 벽돌책들

책장에 꽂아두면 왠지 책등만 보고 있어도 든든한, 일단 소장하면 몇 페이지 안 읽었어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왠지 있어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 독자의 허영심을 한껏 충족시켜주는 그런 책이랄까요.


이런 독자의 얄팍함과는 상관없이, 이 매거진의 리뷰들은 매우 진지하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충분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다루고 있어, 책을 선택하고 읽기 위한 가이드로 삼기에 매우 친절하고 도움이 된다.


매거진을 읽으며 나는 여러 권의 책을 위시리스트에 담았고,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저울질하다 스타트로 아래 책을 선택했다.


『21세기 자본』 그리고 가이드가 되어준 《서울리뷰오브북스》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마르크스의 『Capital』이 있었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진 책은 토마 피케티의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인 것. 이 책의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은 『21세기 자본』이다.


이렇게 쓰고 있지만 토마 피케티와 그의 책에 대해선 이름만 들어봤지 사전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찾아보니 이미 이 책이 나올 때 미국에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입했고(마치 새 아이폰이라도 출시되는 양), 소위 학계의 '락스타'로 인기가 엄청났다고 한다. 워낙 강연과 인터뷰에 익숙해서 그런지 과연 에티튜드도 매우 자연스럽더라. 2014년 당시 내한하여 연세대에서 강연을 한 영상도 남아 있다.


https://youtu.be/UpJ4DztIG3I

2014 토마 피케티의 내한 강연


파리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피케티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부의 재분배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한다. 이제 40페이지 가량 읽었음).


우리나라도 최저임금과 고용 안정성, 젠더와 부동산 이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코로나가 안겨준 경제적 타격, 우크라이나가 겪는 참극의 상황  나라 안팎으로 지극한 혼란과 혼돈의 정국을 맞는 상황. 이러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자리가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짚어주고 토론을 제안하는 리더들의 목소리는 소중하다.


이런 책 한 권이 당장 폭탄처럼 엄청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해도, 책을 읽고 토론하는 사회에는 귀중한 마중물이 될 거라 생각한다. 역사가 당장은 목소리가 큰 몇몇 권력자들이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런 목소리가 모이고 모여 결국 기어코 길을 만들어내는 것을 우리는 목도해 왔으니까.


그래서 비록 더디더라도 하나씩, 조금씩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가보려 한다. 그 의지를 다져보는 의미에서 이렇게 시작하는 기록도 남겨본다.


사실 이 책이 나온 지 이미 8년여가 흘러서, 이후 피케티의 후속책 『자본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의 이론을 검증하고 논쟁하기 위한 하버드의 기획을 바탕으로 출간된 『애프터 피케티』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라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다. 그래도 고전은 시간이 지나도 고전이니 읽어두면 의미있는 공부가 되지 않을까.


가장 애정하는 독서앱, 북트리 어플

나중에 따로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즐겨 쓰는 독서앱, '북트리'의 스샷. 바코드를 스캔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책 정보를 입력할 수 있고, 중간중간 각종 메모와 독서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너무나 훌륭한 어플이다. 이 책의 완독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잡아봤더니, 하루에 '27페이지'씩 읽으라고 친절하게 디테일한 분량까지 알려준다.


과연 한 달 후에 다 읽을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가능성이 벌써부터 희박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그래도 시작해 보렵니다.




*책 표지가 오리지널 판본과 다른 건,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리커버 한정판으로 제작한 책이기 때문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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