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생의 벗들과 함께
백만년만에, 는 아니구나. 지난 겨울에도 만났으니까 두세 달만에 보는 건가 :)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동료이자 벗으로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 나누며 지내온 선생님들을 만나는 날. 이런 날이면 발걸음이 얼마나 하늘하늘 가벼워지는지 모른다.
퇴근 후 학교를 벗어나며 마치 해방이라도 하듯이(갑자기 '나의 해방일지' 생각나고. 이 드라마 '그해 우리는'과 더불어 올해 나의 최애 드라마로 등극 중. 와아, 정말이지 보다가 깜짝 놀라서 탄성을 질렀다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비명을 함께 지르던 기억들. '학교에서 멀기만 하면 돼'라며 재잘거리던 우리들. (아니 학교 그리 사랑한다면서 대체 왜 그치만 느낌 알잖아요 직장인 여러분)
방학에도 아이들 등원시키고 와다닥 뛰어나가서 만나던 시간들. 역시 느낌 알잖아요 세상의 모든 엄마 여러분. 헤헷. 그치만 역시 좋은 이들과 함께이기에 그렇게도 그 해방이 마냥 즐거웠던 것이겠지요.
가끔 주변에 과분할 정도로 좋은 분들이 왜 나와 놀아주는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구멍 많고 부족한 것 많은 사람인데, 신기하게 주변 분들은 야무지고 일잘러에 꼼꼼하고 바지런한 분들이 많다. 그런 때는 추측해본다. 아, 그런 분들은 나같은 구멍 숭숭한 사람 보면 챙겨주고 싶나보다, 하고.
나의 재능이나 장점 중 하나라면(굳이 이런 걸 재능이라 불러야 한다면 말이다) 그런 좋은 분들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덕분에 평생에 이르는 소중하고 꾸준한 인연을 오래도록 쌓아가는 중.
매일같이 출근하던 곳인데 휴직 중일 때 듣는 학교 얘기는 또 낯설고 생소한 느낌이 드는 것이 늘 신기하다. 분명히 내가 얼마 전까지 있던 곳인데 말이다. 학교에 새로운 분들도 오시고, 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소식들도 있고. 학교라는 공간은 일단 아이들도 늘 새로우니까.
그곳에서 역시나 자기몫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내 근황도 함께 나누며 이야기는 무르익는데 시간은 또 어찌 그리 빨리 흘러가버리는가!
역시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삶이란 녹록지만은 않고, 다들 어려움 가운데 분투하는 영역들이 있다. 학교라는 작다면 작고, 수백 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또 크다면 큰 공동체 안에서 겹겹의 결이 교차하며 벌어지는 온갖 일들 안에서 늘 평온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하기에, 어쩌면 그래서 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신뢰가 중요한 것이겠지. 가끔 이렇게 '해방'되어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껏 수다떨며 하하호호 웃어넘기는 시간도 너무 소중하고 말이다. 그럴 수 있다면, 작고 큰 산들을 우리는 또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거다. :)
아래는 단톡방에 센스쟁이 H샘이 올려주신 사진들. 분명 나랑 비슷한 기종인데 어쩜 이리 멋진 사진이 탄생하는지. 내 사진이랑 비교하면 같은 공간에서 찍은 게 맞나 싶을 정도. 언젠가 선생님의 사진과 함께 글로 엮어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
집에 가는 길, H샘을 버스 정류장에 내려드리며 오래 전에 사두었던 자그마한 선물을 건넸다. 작은 책과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말씀 캘린더였는데, 다음날 H샘에게서 이런 멋진 사진이 도착했다.
아침 저녁으로 성경 필사를 하는 루틴을 갖고 계신다는 샘. 어쩐지, 그래서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계시는구나 싶다. 때로 내가 힘든 시간을 지날 때 톡으로 말씀이나 좋은 책의 페이지를 보내주시며 따뜻함과 힘이 되어주셨다는.
기억해두고픈 어여쁜 메시지. 참, 이날 샘이 제주 여행에서 사다주신 고운 방향제도 선물 받았다.
뜯는 순간 상쾌함이 코끝으로 환하게 스며들었다. 차 안도 좋지만 침대 협탁 위에 두고 매일 맡고 싶은 향이랄까. 만날 때마다 좋은 향처럼 상쾌함을 선사해주는 선생님. 그 고운 시선을 나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래 기억될 소중한 순간들을 잊지 않고자 이렇게 기록해 본다. 학교에서 만나면 '평생친구'가 될 수 있다는 한 선배샘의 말도 떠올려보고. 그러고보면 신규 때 만난 선배들도 여전히 함께 나이들어가고 있기도 하고.. 그때 그분들이 나보다 젊으셨는데ㅠ.ㅠ 아아 갑자기 세월무상..
시간이 이토록 빠르니 순간을 더 소중하게 함께 누려야지. 앞으로도 어여쁜 인연 함께 만들어가요. 나의 소중한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