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갈 때까지
이번 주간은 우리학교 신학년 대비 연수 기간이다. 작년과 같은 상황이면 나도 연수에 참여하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에 휴직을 하게 되었다.
간간이 선생님들을 통해 학교 소식을 전해 들으며, 학교의 분위기를 그려보게 된다. 보통은 한 학교에 발령받으면 5년을 있어야 하니, 앞으로 우리 학교에 있을 나날도 까마득하게 남아 있다.
처음 우리 학교에 착임계를 쓰러 가던 날이 생각난다. 2021년 2월 3일, 전보발령 발표가 나던 날.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라 운동장에 모래도 진흙도 잔뜩 쌓여있던, 먼지가 날리던 학교의 풍경.
모든 것이 다 처음이었던 신설학교라, 다른 학교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공기가 흐르던 곳이었다. 올해는 작년과 아마도 또 다르겠지. 학급 수, 학생 수가 모두 늘어나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도 많아졌다. 2년차에 오시는 분들께는 이 학교가 어떤 느낌이려나.
새로 오시는 분들,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곳에 가게 되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 사람, 사람들. 결국 어떤 곳이든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남겠지.
그곳에서 한 해,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대감을 안고 학교를 찾았던 2월, 그리고 2021학년도 1년의 시간. 나라는 사람은 교사로서, 동료로서, 선배와 후배로서 좋은 씨앗을, 뿌리고 왔을까. 나름대로 애써왔던 것들이, 어떤 결실로 맺어질지.
너희는 그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야 한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따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 열매를 보고
그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
_마태복음서 7:16-18, 20 RNKSV
좋은 나무이고 싶었는데, 좋은 씨앗이고 싶었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것이 얼마나 엄중한 과업인지. 말씀 앞에 나를 비추어보며, 부족한 사람임을 깨달을 뿐이다. 부디 좋은 양분을 듬뿍 먹고, 좋은 열매를 맺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하고 소망한다.
며칠 전 학교에서 벗이 된 선생님들과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 다사다난한 시간을 함께한 우리. 아무래도 이렇게 '사람'이 좋아서, 나는, 따뜻한 사람들로 복작복작한 <학교>라는 공간을, 못 떠나고 있나보다. 그리고 아마도 오랫동안, 좋은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겠지.
비록 새학기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후 돌아가게 되면 학교에 남아계시는 분들, 그리고 새로 오신 분들과 더불어 좋은 스토리를 써나가야겠지. 나이를 먹어갈수록 성장도 자연스레 따라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만큼의 경험, 그만큼의 고민,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리라.
모처럼 주어진 시간 동안에는 우리집 꼬꼬마들과 함께 더불어 따뜻한 시간을 보내주려 한다. 일하면서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주기가 어렵더라. 집에 있다고 그게 항상 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엄마로서도 노력이라는 걸 해봐야지. 아마 집에서의 시간들에 대한 글이 늘 것 같다.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다'는 건 거기에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안다.
좋다 [형용사]
1.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
2. 성품이나 인격 따위가 원만하거나 선하다.
3. 말씨나 태도 따위가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아니할 만큼 부드럽다.
'좋다'의 사전적 의미다. 좋다는 건 그저 '무난하다'와는 다르다. '보통 이상의 만족스러운, 선하고 부드러운 존재'. 단단하면서 선한 사람. 드물지만 이미 그러한 사람들도 있고, 내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나로서는 갈 길이 멀지만, 이정표로 삼고 가보려고 한다.
오늘은 아디오스, 그렇지만 다시 돌아갈게요.
우리 곧, 또 만나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