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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20. 2022

『서울에서 교사로 살아가기』를 쓰는 시간

크몽과 함께하는 에세이 쓰기


이전   『놀러 와요, 마음 상담소』가 출간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 무렵,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크몽]이라는 회사의 전자책 담당 매니저님으로부터  메일이었어요. 전에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던  『서울에서 교사로 살아가기』 크몽 전자책으로 발간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마침 공저자로 책이 나온 이후 글쓰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가고 싶다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를 이따금 막연하게 생각해보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전에 써둔 글을 바탕으로 원고를 보내면 나머지는 크몽에서 페이지를 마련하고 업로드해주신다고 하니 괜찮은 제안인 것 같아 임해보기로 했어요.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기본 원고가 있으니 어떻게든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작업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를 절감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다시 열어본 브런치북은 도무지 일관된 목소리를 가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할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브런치북 발행을 염두에 둔 글쓰기가 아닌 일상에서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당시 대강 그러모아 급하게 발간한 것이었거든요. 온라인에서 한번 스쳐가듯 읽기 나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도무지 판매용으로는 낯뜨거워 그대로 낼 수가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마치 극기훈련 같은 날들이 시작되었어요. 부모님과 남편의 도움으로 동네 카페와 스터디카페 등을 전전하며 글을 쓰고 또 썼습니다. 마감을 앞둔 막판에는 눈 뜨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쓰기 시작해서 새벽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있는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밥은 노트북 옆에 놓아두고 떠먹는 식으로 준비해서 시간을 아꼈습니다).

 『서울에서 교사로 살아가기』『서울에서 교사로 살아가기』』』』



고되기는 했지만 글을 쓰면서는 나름의 즐거움도 있었는데, 본격적인 고민은 원고를 모두 완성한 후 찾아왔습니다. 마치 무언가에 빙의된 것처럼 글쓰기에 푹 빠져 작업을 하고 나오니, 이 많은 글을 모두 내가 쓴 것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A4 용지로 120페이지가 넘는 분량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글을 쓰기에 내가 합당한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앞으로의 글쓰기에 대한 어떤 기로에 선 느낌이기도 했고요.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요. 제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을 떠올려 봅니다. 진실한 글, 부지런하고도 성실한 자료조사로 독자에게 유용함을 선물해주는 글,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 생각을 일깨우는 글,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세우는 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글, 여름 휴가와도 같은 청량함을 주는 글. 내 글은 어디쯤 서 있는 걸까 고민이 되었어요.


가까운 지인들과도 이런 고민을 나누어보았는데, 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누군가 A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네 글을 읽고 위로받는 사람이 있을 거야."


"즈을대 소심해지지 마세요. 샘의 글을 읽는 것이 저에겐 '대.확.행'입니다."


"하나의 글을 백 명이 읽으면 백 가지 생각이 있겠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뭘 해서만이 아니라 뭘 하지 않아도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싫어하려고 들면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싫어할 수 있어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잖아요. 해보고 나서 그 다음에 고민해도 될 것 같아요."


모두 저에게 각각 다른 관점에서 도움이 되어준 말들이에요.


다른 작가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실까요. 어쩌면 저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직업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 좋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 그걸 염두에 두고 마음과 생각을 닦아나가는 건 어쩌면 맞는 방향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거기에 은근슬쩍 끼워넣어 (굉장히) 좋은 교사, (매우)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정도는 되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지요.


책을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마음결이 아름다운 분들이 있거든요(예를 들면 『나의  사람』을  김달님 작가분의 글을 좋아해요). 그런데 , (글을 떠나서)  마음은 이렇게 꽃밭이 아닐까, 그런데 어떻게 좋은 글을   있을까, 하는 고민에 마음이 뒤척였던  같아요. 공저자로 책을  때와는 또다른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되게 웃겨요. 저는 김달님 작가님이 아닌데 말이에요. 저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놀기 좋아하고(어머, 그래서  책의 제목이 『놀러 와요, 마음 상담소』인 것이 우연만은 아닌 걸까요), 여행다니기 좋아하고, 수다도 좋아하고, 맛있는 것도 좋아하고, 아름다운 책들을 보면 어쩔 줄을 몰라하고, 귀여운 친구들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그런 사람. 그런데  나이 되도록, 내가 나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째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 되었을까요. 참으로 불혹이 아니라    하는 사람인  같습니다. (윤가은 감독님은 『호호호』라는 책을 내셨는데, 저는 『혹혹혹』이라고나 하는 책을 써야 할까요?)




여전히 고민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생각을 정리해 보게 돼요. 얼마 전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기도제목을 나눌 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게 어떻게 생각하면 참 허황된 목표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좋은 사람이라는 게 뭔데, 고정된 의미라는 게 있는 게 아니잖아. '내가 좋은 사람일까 아닐까'를 고민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려면 방 청소나 하라고. (참고로 조던 피터슨의 팁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정의를 고민하기 전에 당신의 방부터 청소하라는 뭐 그런 일침을 날렸었죠)


그래서 요새 집 청소에 열심입니다(??). 적어도 우리 가족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선물해줄 수 있고, 사실 저에게도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니까요. 거실의 가구 배치를 바꾸고, 오래된 가구는 버리고,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니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즐거워지더라고요. 이렇게 하나하나 그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었어요. 사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살아가려 나름대로 애써오기도 했고요.


어쩌면 저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뭐 어때!' 정신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못하면 어때, 좀 어설프면 어때, 좀 실수하면 어때, 좀 미움받으면 어때, 좀 빈틈이 많으면 어때. (아무리 가려봐야 빈틈투성이이면서) 그런다고 세상이 두쪽 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작사가 김이나 님의 말이었나요, 애매하게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였던가요. 찾아보니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을 것"이라는 카피네요. 『보통의 언어들』이라는 작가님의 책 띠지에 나온 말이에요.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는 법. 그럴 수 있도록, 연습이라도 해야 할까봐요.


초보 작가들이 겪는 필연적인 성장통 같은 걸까요? 다른 분들은 글을 쓰면서 어떤 과정을 겪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모두 저처럼 새가슴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그래봐야 아직은 소수의 지인들(?)에게 읽히고 있으면서 참 걱정도 팔자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허.


한편으로는 브런치나 여타 SNS에서 책 관련 소식을 전하며 어쩐지 조심스러운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참으로 살아간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특히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의 삶을 돌보면서 위아래로 마음 쓸 일도 많고, 가족들의 아픔이나 질병, 직장에서의 고투, 그리고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삶의 여러가지 어려운 사연들을 누구나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차츰 더 깊이 깨닫게 되니까요. 그리고 저 역시 예외가 아니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쩌다보니 연이어 두 권의 책이 나오면서 눈치 없이 마냥 좋은 소식인 양 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지점이 더욱 조심스러웠어요. 책이 등록된 지는 꽤 됐는데, 그래서인지 자꾸 말하기를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일종의 자식 같은(?) 책을 내어놓기도 했고, 내가 낳은 자식 내가 안 예뻐해주면 누가 예뻐해줄까 싶어서 홀대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나마 소식을 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낸 책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kmong.com/gig/396639

책은 위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고요,



전체 카테고리 중 <투잡/노하우>로 들어가시면 에세이 론칭 기념으로 20% 쿠폰 이벤트도 하고 있어서, 다운로드 후 좀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꼭 제 에세이가 아니라도 다른 좋은 글도 올라오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활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에서 교사로 살아가기』 목차

한 땀 한 땀 마련한 책의 목차입니다.



크몽에서 만들어주신 홍보자료


홍보자료 밑글은 제가 따로 입력해서 보냈고요, 그 글을 바탕으로 크몽에서 다듬어서 게재해 주셨습니다.

책 본문 상세 페이지


책 표지와 본문에 들어간 학교 조감도는 학교 건축 설계를 담당하신 '이집건축사사무소'의 이현우 소장님을 통해 제공받게 되었는데요, 소장님과 이메일로 소통하며 책에 관한 이야기도 하게 되어 영광이고, 또 새롭고 감사한 경험이었어요. 저작권과 관련하여 문의를 드렸었는데 너무나 흔쾌히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또, 또 한 번의 감사를 전해드립니다. :)


https://www.auri.re.kr/boardAttachPreview.es?bid=ATT&list_no=4013&seq=1&fbclid=IwAR1PAnU70ewtDyLdIxhQEobeF460YeS0uU-H2xMhijqo885SB1LX1ZQi7yk


위 링크에서는 <건축과 도시공간>이라는 매거진에 실린 소장님의 원고를 볼 수 있는데요, 건축공간연구원 auri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링크이기도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facebook.com/100064755816470/posts/pfbid034ooaNLZiqpCiLVMCMc3njNKBW7aoJBokxAEGQ2aiaQwFc8KEZCk6d2WRCDrLD7kEl/





이렇게, 비록 전자책이긴 하나 책 한 권의 온전한 탈고를 마쳤습니다. 책 본문만이 아니라 퇴고, 교정, 편집, 표지 및 본문 디자인 등 세세한 것 하나하나 모두 저의 손으로 이루어진 작업물이에요. 하면서 여러모로 공부도 많이 되었습니다(실은 편집자로서 해야 할 고민까지 끌어안고 해야 했습니다^^; 특히 저작권 관련한 부분이 가장 고민이 크게 되더군요. 자문을 구하기도 어려워 참 여러 날 끙끙댔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도 크몽과의 공유를 통해 광고 중이고, 페이스북 광고도 게재된다고 합니다. 혹시 지나치다가 보시게 되면 마음으로나마 반가워해주시면 무지무지 감사하고요^_^;; 그리고 혹시, 혹시 책을 보시게 되면 꼭 저에게도 말씀해 주세요! 소중한 마음 언제까지나 감사히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고민하고 애써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강박은 필요하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편안하게 쓰되 조심스럽게 다듬는 글을 쓸 수 있기를.. 언제까지나 겸허한 마음으로 차분차분 글을 쓸 수 있기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빛나는 신록처럼 청청한 날들 되시길 기도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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