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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09. 2022

침묵하듯 말하기

어떤 날의 기도

긴 글을 쓰는 것이 어쩐지 조금 어려워지는 것 같다. 너무 많이 말하고 있다는 생각. 그다지 영양가 없는 말들을 자꾸만 수다스럽게 말하고 또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침묵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 지나가는 하루하루는 아까워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를 위해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한편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꾸준히 일기를 쓴다. 그리고 새벽이면 예배당으로 향한다.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고, 하지 못하는 말들을 겨우겨우 한 음절씩 이어간다.


고요하게 찬찬히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말하기를 그치고 싶다. 사려깊게 듣는 사람이고 싶다.


그런 기록을 이어가보아야겠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며

모든 것을 참고 견딘다는 것.


그런 말, 그런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갈 수 있다면


나의 마음과 사랑의 지경을 넓혀가게 해달라고

사랑의 우물을 더 깊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

오늘 나는

자꾸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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