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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10. 2021

매일 쓰는 사람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기록을 위한 기록과는 별개로, 매일의 상념과 하루를 돌아보며 순간을 남겨보는 것도 해볼까 해요. 이 순간 누군가에게 마치 편지를 쓰듯, 짤막한 일기를 남기듯, 혹은 친구에게 말을 건네듯. 매일 무언가를 남겨두다 보면, 그 또한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일력을 넘겨보듯 나름대로 의미있는 과정이 되지는 않을까요. 또 무엇이 되지 않으면 어떤가요. 쓰는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도 있을 테니까.


오늘도 학교에 7시 가량 도착했어요. 이제는 새벽 루틴이 되었습니다. 새벽 5시 전후로 눈 뜨면 일어나서 씻고 출근 준비를 하는 것. 하다 보니 이 또한 익숙해지네요. 아침까지 차려먹자면 준비 시간이 더욱 분주해지는데, 식사를 생략하고 출근하니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요새 어쩐지 몸도 무거워져서 굳이 아침을 챙겨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아져서요. 일찍 도착하면 원래 학교 체육관에서 걷거나 뛰는데, 오늘은 바로 교무실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메신저를 켰습니다. 오늘은 나름 중요한 미션이 있었거든요.


몇몇 선생님들께 편지와 같은 초대장을 띄웠습니다. 시작은 자그마하지만 어쩌면 나중은 창대할 그런 모임을 하나 작당 중이거든요. 마음을 담아 진심어린 초대장을 썼습니다. 이미 몇주 간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모임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해왔지만, 생각해보니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한 디테일한 안내가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자분자분 계획을 담아 메시지를 썼습니다. 교직에 들어선 이래 제가 써 본 모든 메시지를 통틀어 가장 긴 글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메신저 글치고 가장 화려한 색이 들어갔을 거고요.


감사하게도 메시지를 받아본 선생님들이 즐거이 화답해 주셨고, 얼굴도장 찍으며 선생님들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앗싸). 원래 계획대로라면 바로 다음 주부터 모임을 시작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오프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아쉽지만 톡방을 만들고, 온라인 나눔으로 첫발을 떼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에 학교에 가면 메시지를 캡처해 보아야겠어요. 그래도 꽤 공들여 썼는데, 그 또한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네요.


모임을 앞두고 교무실에서 잠시나마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흥겹고 즐거웠어요. 아, 내가 이런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새삼 생각했답니다. 올해 담임하면서 1학기의 최대 미션은 '어떻게 하면 우리반 학생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학교 생활 재미있게 하게 해줄까'였는데, 아이들이 꽤 친해지다못해 이제는 와글와글 떠드는 흐뭇한(?) 분위기가 되어 어느 정도 소임은 하고 있구나 싶었던 것인지. 이제는 저와 선생님들을 좀더 돌아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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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밤 12시가 훌쩍 넘었네요.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가버린 건지. 확실히 주말에는 몸도 마음도 늘어집니다. 평소 같으면 부리나케 잠들었을 텐데.


다음 주면 어느새 여름방학식이 있어요. 나이는 좀 더 천천히 먹었으면 좋겠어요. 어찌 이리 빨리 흘러가버릴까요.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할 수 있는 재미나고 따뜻한 것들을 많이많이 시도해봐야겠어요. 오늘 주어지는 하루하루는,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라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아니까요.




*사진은 우리집 베란다 바테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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