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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30. 2021

때로 삶에 휘청이는 순간이라도

곁에 있는 따뜻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월요일이라 길이 막힐 것 같아 7시도 되기 전에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하니 7:30쯤. 교무실에 들어가 환기하고 에어켠을 켜 두고, 음악을 틀어놓고 쓱쓱싹싹 교무실 책상을 청소한다.


아침부터 해둘 일이 많아 평소와 다르게 책 읽고 묵상하는 시간도 건너뛰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데,


"똑똑"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이 시간에 누굴까, 하고 문을 열어보니 H샘이 들어와 이렇게 선물을 건넨다.


"선생니이이이이이이임~!!!!!!"


고맙고 반갑고 애틋하고 울컥한 마음이 합쳐져 얼굴을 보자마자 춤추듯 H샘을 맞았다.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얼마 전 좀 힘든 일이 있었는데, 선생님의 살뜰함과 따뜻함에 마음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더라. (나중에 열어보니 기운을 주는 먹거리 말고도 귀여운 책갈피까지 정말 깨알같이 넣어주셨더라)


사람이 때로 힘든 시간을 지나면, 비로소 그때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이  가까이 보인다. 며칠 사이 거친 터널을 지나며, 많은 이들의 따뜻함을 아낌없이 누렸다. 어려움을 겪을  말없이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 때로는 같이 시원하게 (나는  못하는) '나쁜말나쁜말나쁜말'  대신 내뱉어주는 사람들, 때로 변칙을 쓰더라도 나를 위해 자기의 소중한 어떤 것을 내어주는 사람들까지도.


(*글을 다 쓰고 하루 지나 덧붙이는 글 : 생각해볼수록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이분들 각자가 자기의 어떤 것을 내게 '내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마움을 넘어 어떤 깊은 연대의식을 느끼며,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나의 지인들에게 일종의 깊은 '경의' 품게 된다. 고맙습니다. 아마 오래 잊지 못할 거예요. 아니, 어쩌면 평생 간직할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팠던 시간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온기를  가까이 느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숨죽이고 눈물을 흘려야 했던 순간에, 가까이 다가와 눈물을 닦아준 사람들.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순간이   같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다행이다. 이런 만남을 허락하심에 감사한다. 너무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니, 아마도 기도하라고 하시나보다, 하는 어여쁜 메시지가 돌아온다. 이곳에서도 함께 기도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고. 좋은 것들을 함께 꿈꿀  있는 멋진 이들이 있어 아픔도 떠내려간다.


이렇게, 또 하나의 페이지가 쓰여진다.




*오늘 아침 출근길, 어려움 중에도 믿고 맡기자며 동네친구 B가 보내준 찬양.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깨 두드려준 B 그리고 E. 나의 멋진 친구들. 고맙고, 사랑해요.


https://youtu.be/mzsMxXqh8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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