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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Oct 14. 2021

생존신고

계절이 지나가는 시간에


한동안 격조했네요. 바람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좀처럼 틈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학교는 차츰 학기말 체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학년은 아직인데, 3학년은 11월 초에 기말고사가 있고, 내신산출이 끝나면 11월 말, 12월부터는 본격 고입원서 작성 시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지금은 기말고사 문제 출제 중이고, 수행평가도 조만간 마무리해서 입력해야 합니다. 그 작업이 완료되면 생활기록부도 입력 및 점검도 마쳐야 하지요. 점심시간, 방과후시간을 이용해 학생 진학상담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 3일 간의 연휴에는 집에서 쥐죽은 듯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네요. 그 전주까지는 가족들과 계속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거든요. 너무나 오랜만의 쉼이어서 그런지, 그간의 피로가 쌓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연휴 마지막날에는 낮잠만 무려 세 시간 가까이 잤네요. 침대에서 도무지 몸을 일으킬 수가 없더라고요. 자고 또 자고, 자고 또 자고. 어찌나 잠이 계속해서 덮쳐들던지.


집에서만 보낸 시간이 미안해져서 오후에는 아이들과 근처 공원에 다녀왔어요.


킥보드를 가지고 나갔습니다. 공원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던지. 어른도 아이도, 좋은 계절에는 늘 유원지처럼 북적북적한 곳이에요. 피곤한 몸으로(대체 집에 있는 시간이 왜 더 피곤한 건데) 겨우 일어나 나갔는데, 그래도 역시 탁 트인 너른 풍경은 참 좋더군요.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집에 콕 박혀서 한없이 뒹굴거리고픈 날이었지만 말입니다.


하늘도, 그 하늘이 비친 호수도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그렇지만 저녁이 되면서는 많이 쌀쌀하더라고요. 과장하면 약간 오들오들 떨게 될 정도로 말입니다. 일교차가 참 큰 나날들입니다. 기상예보를 보니 이번 주말에는 무려 최저 기온이 1도까지 떨어지더군요! 으으. 여름에서 갑자기 겨울로 넘어서는 느낌입니다. 나의 가을은 어디 간 거지.


킥보드와 달리기로 에너지를 다 빼놓고 잠깐, 진짜 초잠깐 앉아서 한숨 돌리는 녀석들. 이런 때는 사이좋은 오누이가 따로 없네요.


첫째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찾았던 공원이에요. 추운 겨울날,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홀로 공원을 찾았던 날이 생각나네요. 공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웬일인지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도통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가물가물하네요. 아마 그때쯤부터였겠지요. 뱃속에 있던 아이, 그리고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통로가 되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온세상과 친구가 되어 온갖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 어렸을 때는 우리 엄마가 처음 보는 사람이랑 막 친한 것처럼 대화하는 게 그렇게 신기했는데 말입니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해 봐요. 지금 우리 학교에 오면서도, 신설이라 아는 선생님이 한 분도 없었거든요. 모두가 처음 만나는 사람. 그런데 몇 개월만에, 어쩌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친숙해지고, 정이 들고, 애틋한 이들이 되었나 싶은 그런 거 말이에요.


'모르는 사람'도, 몇 번의 대화, 오가는 만남 속에 '아는 사람'이 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지요. 인연이 가져다주는 선물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내게 소중한 만남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아직 풀지 않은 선물을 기대하는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여정에는 때로 상처도 있겠지요. 때로  아물지 않는 자욱을 남기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좋은 이들과의 만남이란 너무나 귀해서, 용기내볼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치는  같아요.


빨갛게 노을지는 풍경이 참 멋졌는데. 사진으로 다 표현할 수가 없네요. 하늘만이 아니라 호수도 함께 붉게 물들었어요. 애써 나가지 않았다면, 이런 풍경도 만나지 못했겠지요.


어스름이 내리는 분위기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고, 가서 가족들과 뜨끈한 밥을 나누어 먹으라고.




어제도 야근을 했는데, 오늘도 일찍 퇴근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퇴근 전에 학교 메신저를 둘러봤는데 저 말고 아무도 없더라고요. 허허. 마지막으로 차를 몰아 학교를 조용히 빠져나왔습니다. 착한 남편이 제가 귀가하는 시간에 맞추어 갈비를 배달시켜 주었네요.


그런 힘으로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 기운을 내 봅니다. 커피 한 잔 하고 흥미로운 책들을 읽다가,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잠깐 이 순간의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적어봅니다.


환절기에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남은 가을을 한껏, 즐거이 누리시길 바랍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다.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삼갈 때가 있다.

찾아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말하지 않을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
하나님은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일어나도록 만드셨다. 더욱이,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_전도서 3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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