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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Dec 06. 2021

맥주와 책읽기

『그림자의 위로』를 읽으며


모처럼 서점에 들러 데려온 책입니다. 김종진의 『그림자의 위로』라는 책인데요, 읽으면서 고요하고 차분해지는 이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차분한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건 어쩐지 어색한 것도 같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네요)


읽다가 이 좋은 느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정갈한 사진과 글을 대하노라면, 각 장소를 적은 주소를 따라 훌쩍 떠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유럽에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언제였는지. 아이가 태어나면서 먼 나라로 떠나는 것도 같이 스탑되었지요. (홍콩이나 일본 같은 가까운 곳으로 다녀오기는 했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글도 좋고, 사진도 좋고, 글에 담긴 생각은 더욱 좋습니다. 여러모로 소용돌이치듯 정신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 그런지 이러한 잔잔함이 더욱 귀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생활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걸까요.


너무 마음의 여유가 없이 달려온 시간들인 것 같습니다. 신설학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더욱 그러했지요. 인디언들은 너무 빨리 달리면 영혼이 속도를 맞출 수 있도록 멈추어 뒤를 돌아본다는데. 저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나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좀더 시간을 내어주고 싶은 날들입니다.



수도원의 빛



벽돌과 수풀의 어우러짐


책의 표지를 가만히 쓸어보면, 마치 벽돌을 실제로 만지고 있는 양, 벽의 그림자 부분에만 거칠게 후가공을 해두었어요. 읽으면서 몇 번이고 자꾸만 쓸어보게 되는 표지입니다. 책을 만드는 분들은 어쩜 이렇게 멋진 생각을 했던 걸까요.


이러니 종이책을 버릴 수 없습니다. 버릴 생각도 없지만 말입니다.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도락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애틋한 일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연말이네요.

차가운 겨울에 춥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디 따뜻하시길 바랍니다.

아프지 않기를,

언제나 온기를 나눌 그 누군가 곁에 있기를

가만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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