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길, 달려나가길, 마음껏, 어디까지나.
겨울방학 첫째날.
그러니까, 어제가 우리학교 3학년 졸업식이었다. 이렇게 쓰고 있으니 마치 꿈결 같은 느낌. 졸업'식'을 준비하기까지도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던 터라, 마치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계속해서 걷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정말 졸업식을 치르고 그게 과거가 되었다는 것이 여전히 현실 같지가 않아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 그런 기분 같은 것.
그러나 아이들은 졸업식을 치렀고, 식이 끝나고도 한 시간이 지나도록 교실에 남아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고, 그리고 나서도 또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것도 아쉬워 미래의 3학년 3반 후배들에게 남기는 메시지까지 적어두고, 아이들은 겨우 교실을 떠났다.
졸업식날 눈물 보이는 촌스러운 짓따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눈을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차올라서,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아이들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나서. 이내 얼굴을 칠판 쪽으로 돌리고 말을 하지를 않나.
선생니임~ 울지 마세요오~
졸업하는 당사자들도 안 우는데 이게 뭐람. 아이들을 맞이하던 첫날이 생각나, 그때 아이들을 기다리던 그 마음이 생각나 울었다. 그때 가졌던 그 마음 그대로 끝까지 더 아껴주지 못해서 울었던 걸까, 그때의 마음이 나는 그리웠던 걸까, 그날의 시작이 이렇게 끝맺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 눈물이 난 걸까. 모르지만, 나도 영문을 모르고 울었다. 김연아 선수가 "나도 내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던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일까 싶었는데, 설명되지 않는 눈물이라는 것도 있기는 한가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상장과 졸업장을 건네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처음으로 아이들과 포옹을 나누며, 따뜻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아이들을 떠나보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는 건, 아직 아이들과 함께 쓰는 단톡방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전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나면, 그래서 더 허전했을 것 같아. 온라인으로도 볼 수 없는 아이들, 이제 정말 저 너머로 훨훨 날아간 아이들. 이 작은 학급이라는 둥지를 떠난 아이들.
복닥이며 지낸 시간 때문에 홀가분하기도 하겠지만, 일 년 내내 마음으로 암탉처럼 품었던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건 차라리 아이들에게보다 교사에게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중 3 때 아마 나도 그랬던 것 같고. 졸업할 때 슬펐다는 감정은 남아 있지 않고, 선생님들과도 그저 추억삼아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 기분이 남아있다(그리고 그날의 추억은 지금껏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겨져 있다). 중학교 때보다 고등학교 때가, 그리고 그 시절보다 대학 때가 훨씬 즐거웠었고. 나의 세계는 언제나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시원하게 달리는 열차와도 같았다.
그런 열차와도 같은 아이들을, 이제는 내가 잠시 동안 품었다 떠나보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아이들을 배웅하면서, 혹 돌아보는 아이들의 등을 떠밀면서. 그 길 끝에 언젠가는 만나지겠지 하는 막연함을 가지고.
그렇게 아이들을 보냈다. 나의 짙은 사랑이었던 아이들을. 품고 또 품었던 나의 사랑들을.
잘 가, 얘들아.
잘 가, 3학년 3반.
잘 가, 나의 사랑하는 303.
너희들의 가슴 속에 언제까지나 빛나기를.
언젠가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을 떠올릴 때,
고운 책갈피처럼
은은한 향기로 간직되기를.
선생님은 기도해.
그리고 응원해.
너희의 열차가 칙칙폭폭 신나게 달려나가기를.
그 길 위에서 아름다운 꽃들도
시원한 바람도
멋지고 엄청난 풍경들도
마주하게 되기를.
그렇게 마음껏, 뻗어가고 자라가기를.
소망하고 기도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