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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Feb 15. 2022

이토록 깊은 다정함에 대하여

『마포삼열 자료집』을 읽으며

오늘 도착한 『마포삼열 자료집』 1권. 새물결플러스에서 출간하고, 옥성득 교수님이 책임편역을 맡고 숭실대학교 가치와윤리연구소에서 간행한 자료집이다. '마포삼열(1864~1939)'은 26세의 나이에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와서 1936년까지 사역하며 숭실대학 학장도 역임하고 평양에 신학교를 설립하여 8백여 명의 목사를 배출했다고 한다.


'마포삼열'은 그의 본명 Samuel Austin Moffett를 한자로 음역한 이름이다. 책 앞쪽에 그의 셋째 아들 Samuel Hugh Moffet의 글이 짤막하게 실려있는데, 마포삼열의 다섯 아들 중 넷이 안수목사가 되었다고 하니 그 믿음의 유산이 과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의 삶이 단 한 번 주어지는데,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족적과 유산을 남기게 된다는 것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 두꺼운 책도 이 자료집 시리즈의 1권일 뿐이고, 마포삼열의 며느리이자 Samuel Hugh Moffet의 아내인 Eileen Flower Moffet(한국 이름 '마애린') 여사가 마이크로필름을 판독해가며 20여 년에 걸쳐 자료를 분류하고 타이핑해 정리한, 방대한 결과물의 일부이다. 현재 새물결플러스에서 총 4권까지 출간된 상황(완결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병행해서 읽고 있는 책은 히틀러 암살을 도모하다 39세에 형장의 이슬이 된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신-저항과 복종』(복있는 사람)이다. 본회퍼의 서신을 읽으면서도 고난 중에 그토록 의연하고 강건한 모습에 과연 감탄하게 된다. 그의 편지 중에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겨우 이러한 상황을 고난이라고 하기는 민망하다'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어떻게, 그는 옥중에서 그럴 수 있었을까.


어둠이 가장 짙을 때 빛이 밝아온다고 했던가. 과연 참된 빛을 따르던 사람들은 영원히 빛나는 불빛이 되어 이렇게 먼 훗날까지 우리의 살아갈 길을 환하게 비추어준다.


삶의 깊은 우물에서 길어낸 서간문을 대하려니,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해본다. 편지 이외에 소식을 전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한편으로는 복되기도 했음을 떠올린다. 일기와는 또다른, <다정한 반추의 기록>이랄까.




언젠가 출판사 '난다'에서 매일 책을 읽어나가는 기록물을 시리즈로 만든 적이 있다. 편집자, 작가, 뮤지션 등이 참여했던 이름하여 <읽어본다> 시리즈. 특히 요조의 책을 참 즐겁게 읽었던 기억.


<읽어본다>의 작가들처럼 매일 쓰기는 쉽지 않겠지만, 좋은 책들에 대한 기록을 쌓아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휴직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것들을 가만가만 적어나가보려고.


이 시리즈의 작가들은 매일 책을 한 권씩 다 읽고 글을 썼던 것 같다(와, 정말이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책 속에도 힘들다는 말이 종종 나왔던 것으로 기억). 나는 그렇게는 못하고, 읽기 시작할 때(원래 언박싱할 때 제일 설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읽다가, 읽고 나서, 읽은 뒤 한참 후에, 언제고, 좋은 책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 책을 만난 <순간>에 대하여. 그 순간의 내 마음, 두근거림, 설렘에 대하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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