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카펫, 하얀 시트를 한 높다란 침대
파란 바다를 뒤로한 채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는 하얀 커튼
그 사이로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
우리는 햇살 좋은 브라이튼의 한 호텔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다.
하얀 벽을 뒤로한 채 눈부신 햇살 속에서 뭔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티끌처럼 아주 작은 것이어서 한참을 올려다본다.
공중의 먼지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작은 것이 양 날개를 퍼덕인다. 날갯짓이다.
티끌처럼 작던 것이 날갯짓을 하면 할수록 그 형체가 점점 커진다.
더더욱 빛이 나고 광채가 돋아 눈이 부시다.
날갯짓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이내 그 형체는 물고기의 형체로
그 형체가 완성되었음에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점점 더 커져 온 방안을 가득 메울 기세다.
저러다 풍선처럼 터져버릴 것만 같다.
순식간에 굉장히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우리를 향해 정면으로 공중에 떠 있다.
물고기는 너무도 눈이 부셔서 우리는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다.
그것은 광채가 나는 아름다운 황금색 물고기
벌떡 일어난 나는 침대에 덮여있던 하얀 시트를 걷어내어 성큼성큼 다가가
붉은 카펫 위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는 방안 가득히 커진 물고기를 와락 덮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