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시 몇 분쯤
아이들이 곤히 잠들면 부르던 자장가를 멈춘다
이불을 걷어내어 침대에서 내려온다.
발뒤꿈치를 들고 어둠 속을 빠져나와 아이들이 깰세라 숨을 한껏 들이쉬고는 방문을 닫는다.
그리고 작업실 책상 앞에 앉아 숨을 내쉰다.
열 시 이십 분
어떨 땐 열 시 십분
또 어떨 땐 열 시 사십 분.
열 시 몇 분쯤부터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느새 내 이불속으로 기어들어와 꼼지락 거리며 내 볼에 뽀뽀를 하고 있는 작은 녀석이 보인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의 시작과 끝은 아이들이 중심이다. 너무 스윗 하지만 사실 너무 피곤하기도 하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열 시 몇 분쯤을 만나지 못하고 새벽이 되거나 아침을 맞을 때도 더러 있다. 그럴 땐 정말 억울하다.
거의 매일 열 시 몇 분쯤을 맞이하는 나는,
오롯한 나의 시간을 낭비 없이 보내야 마땅한데 작업실 책상머리에 앉아 의미 없이 시간을 축낸다.
애주가였던 나, 본능적으로 맥주 한 캔 시원하게 원샷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마시려니 왠지 춥다.
임신과 출산으로 술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요즘엔 종종 드라마 한 편을 본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나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 손해를 본 느낌이지만. 그래도 본다. 복잡한 속을 잠시나마 식히고 싶다.
경이로운 소문이 끝나서 너무 아쉽지만 쫑이 쫑이 철쫑이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