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요가 N주차, 몸의 올바른 균형 찾아가기
플라잉요가를 쉬고 있다. 한 달 전쯤부터 운동할 때마다 되게 아픈 것도 아니고 요상하게 찌릿한 무릎에서 허벅지, 골반까지 이어졌다. 통증이라고 하자니 조금 무안하고 육안으로 봤을 때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 모른 척하고 운동을 계속했다. 언제 한 번 운동을 무리하게 했었나 보다 싶었다가, 또 다리를 벌릴 때 불편함이 느껴지면 내가 덜 유연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더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싶어 운동을 계속하다가 무릎이 앞쪽까지 찡하게 아파오고 나서야 비로소 병원에 갈 근거를 마련했다는 기분으로 정형외과에 가보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듣고 여기저기 눌러보시더니 별 문제없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 아프세요?" "아뇨" "여기는요?" "거기도.." "그럼 여긴?" "아무 느낌 없는데요..." "여기도?" "네...허허" 어딜 눌러도 아프지 않아서 선생님도 나도 다소 머쓱해하며 진료를 마쳤다. 대신 도수치료를 통해 몸의 움직임에 대해 진단을 한번 받아보라고 권하셔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치료실에 들어가 몸을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본 결과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는 답을 들었다. 고관절과 골반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부딪히면서 통증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무릎이 대신 무리를 하게 되어 지금은 무릎 뒤쪽이 당기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설명.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인과관계를 이루고 있고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내가 배우고 느낀 만큼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1) 고관절 뼈가 잘 미끄러지지 못하고 골반과 부딪친다. 2) 코어 힘이 약해서 제자리에 있어야 할 골반을 잡아주지 못하고 다리의 움직임과 함께 골반이 딸려간다. 이 두 가지 증상이 문제가 되는 것. 2번의 경우 때문에 나는 오히려 고관절이 안 좋은 쪽이 더 유연하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던 점이 가장 웃픈 포인트다. 기껏 운동을 시작했더니 잘못하고 있었단다.
좋아진 줄 알았던 내 몸에 적잖이 실망해버렸다. 내 친구는 뱃심이라곤 하나도 없는데도 문제가 없다는데, 플라잉요가를 하면서 단단해진 내 배는 무슨 소용이란 말인지? 하고 괜히 억울하기도 했다. 망할 스트레칭을 안 했다면 나빠질 일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고, (하지만 그러면 이미 있는 문제들을 훨씬 나중에 발견했을 거라는 걸 안다) 하여튼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문제를 발견해서 기쁘기도 하지만, 어쨌든 '문제가 있다'는 말이니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지.
투덜거리지만 실은 병원을 다녀온 뒤로 정말 후련하다. 운동을 계속하자니 자꾸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지만 또 병원에 가자니 괜한 엄살떠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에 묘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차라, 치료를 받으며 통증이 발견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통증이 반가운 느낌. 나 환자 맞긴 맞구나, 하고 안심. '골반 근처 어딘가 불편해'가 아니라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라고 알게 되어서 기쁘다. 그리고 원인을 찾았으니 방향성을 갖고 처방받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니 속까지 시원해졌다. 요가를 다니던 센터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며 코어를 강화하고 도수치료를 하면서 처방받은 고관절 안정화 운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평생 엉망으로 앉고 서고 걸어온 몸이라 고관절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앉고 걷고 서는 자세부터 교정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 자세로 똑바로, 쉬운 말 같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그것. 뚝딱뚝딱 금방 고쳐지는 게 아니겠지만, 그래서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 여겨야지. 한 번에 십만 원에 육박하는 도수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이것도 뭐 경각심 비용까지 포함인 셈 쳐야겠다(고 하지만 속으로 울고 있다). 인간의 몸은 -물론 당연히 값을 매길 수 없지만!- 공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정말 비싼 것이다. 잘 가꾸어서 건강하게 일찍 죽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