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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끝 햇살 May 11. 2020

2-6. 아이가 따돌림당하나 봐요

아이 마음 알아주기


 자녀가 친구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면 부모는 마음이 아프다. 아이의 소외되고 외로운 심정이 내 맘처럼 느껴져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주고 싶어 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문제 해결을 그르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우선 아이에게 소문의 확인 과정을 거친 뒤에 바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건다. 학교에서 이게 말이냐 되느냐고 항의를 한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을 잘 보살피지 못한 선생님의 불찰이자, 사이좋게 놀 수 있도록 가르쳐야 마땅한 선생님의 직무유기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모든 울분을 토해낸다. 학교 측의 사과 아닌 사과를 받고,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종결될 거라고 믿는다. 내일부터는 아이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잘 놀아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간다.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것이 보일 때, 이 문제 해결의 당면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아이가 다시 친구들과 좋은 관계로 지내는 것.

 2. 좋은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대놓고 거부당하지는 않는 것.

 3. 반에 그런 아이들이 있더라도 아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학교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것.


 이런 상태로 봉합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거나 전학을 갈 수도 있다. 물론 전학을 가거나 대안책을 마련하는 일이 아이의 미래를 따져볼 때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부모 입장에서 많이 번거로운 일이고 아이가 좌절이나 상처를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건이 잘 봉합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일단 살펴본다

 아이가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살펴본다.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행동에 나서기 전에 마음을 진정하고서 살펴본다.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의 마음을 살펴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처해있는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아이를 둘러싼 오해를 어서 빨리 풀고 싶겠지만 오해를 풀고 해결하는 일은 상황을 살펴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벌어지는 상황을 침착한 태도로 대처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몇몇이 주도해서 나를 따돌림시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학교 생활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게 폭력의 문제가 아니라면 내 삶을 온통 거기에 투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게 학교를 못 갈 이유도 아니고, 조금 시간을 두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펴보자는 것.

 그저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을 수 있고, 그 일이 이제 우리에게 발생한 것뿐이라는 여유 있는 모습을 부모가 태도와 관점으로 보여준다. 아이를 위로해주고 잘 돌봐주는 일에 주력하면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방안 찾는 일을 아이와 함께 한다.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해결 과정에 아이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아이의 괴로움에 부모의 고통까지 얹지 말기

 이런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누구나 살면서 이런 일을 당할 때가 있다는 것, 괴롭고 힘들기는 하지만 세상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러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아이가 괴로워하면 위로도 해주고 토닥거려주고 아이에게 집중해주면 좋겠다. 부모가 아이보다 앞서서 괴로워 침통해하거나 아우성치면서 못 견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부모가 이런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이런 일을 당한다는 것은 죽을 만큼 힘든 일이며, 세상의 모든 가치와 바꿔버릴 만큼 중차대한 사태라고 생각하게 된다. 식음까지는 아니지만 학교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일상을 전폐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아이의 괴로움에 부모의 고통을 얹는 일이다. 아이가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옆에 서있어 주는 것, 친구관계에서는 따돌림도 당하고 삐걱대고 있지만 집에 오면 따뜻하게 맞아주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것, 집은 천국과 같으며 그래서 학교에서는 좀 어려운 일이 생겨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기다리면 정리된다

 일단 파고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아이가 친구들의 거부에 패닉 상태가 되지만 않으면 높은 파도는 지나가게 되어있다. 그러고 나서 찬찬히 살펴보면 아이를 거부하는 반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많은 애들이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이들은 뭔가 에너지가 쏠릴 때 와락 하고 달려들지만 아무 의미 없고,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세상 전체가 다 나를 거부한다고 느끼는 건 당하는 아이의 생각일 뿐이다. 아이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태를 제대로 볼 수 있으려면 파도에 함께 휩쓸려 다니지 않도록 부모가 안락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안 놀면 된다

 이제 정리가 되었다. 여전히 아이를 거부하는 무리가 있지만 다수의 아이들이 그 일과는 무관하다는 것도 밝혀졌다. 거부하는 아이들이 계속 자기 입장을 고수한다면 그 아이들과는 안 놀면 된다. 노력을 해봤으나 풀리지 않는 관계가 있다면 더 이상 에너지를 투여하지 말고 그 노력을 이제 일상의 행복에 투자하자. 그들과 내 아이가 꼭 놀아야 세상의 평화가 오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잠을 못 잘 이유가 없다는 것'


 이 사건을 통해 아이가 알아야 할 교훈이다.


 '모든 사람과 손뼉 치면서 친하게 지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세상에는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발 쭉 뻗고 잠 잘 자고 깔깔거리면서 생활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


 이런 태도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할 때 사소한 인간관계에 인생 전부를 휘둘리지 않게 하는 소중한 가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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