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왕따 문제 이럴 땐 이렇게
이 말은 자신의 줏대가 없고 친구가 하자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뜻이다. 자녀가 친구가 하는 말만 생각 없이 따를 뿐 주관적인 판단을 하지 않아 걱정이라는 엄마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사유로 의뢰된 아이를 만나보면 절대 줏대가 없지 않다. 그저 친구와 함께 하는 아이의 행동이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만일 친구 따라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땄다면 부모가 그런 표현을 썼을 리가 없다. 친구 따라 간 게 문제가 아니라 그곳이 강남이라서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이다.
부모는 아이가 취사선택이 없고 친구가 선택한 것만을 따라 했다고 생각해서 줏대가 없네, 자기 주관이 없네 하면서 아이를 다그치고 나무란다. 아이는 ‘내가 그런가?’ 하면서 갸우뚱한다. 아이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주로 이런 비난을 듣는 아이들의 특징은 모난 데가 없고 고집이 세지 않다. 친구관계도 원만하고 친구관계에서 싫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가 보기에 아무런 줏대 없이 친구가 하자는 대로 멀대 같이 따라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틀렸다. 아이가 하고 많은 친구 중에 그 친구를 선택한 것부터가 주관이고 줏대다. 부모가 그렇게 뭐라고 하는데도 그 친구와의 끈을 붙들고 있는 것 또한 부모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주관이자 줏대다. 이처럼 부모가 걱정하는 부분의 정반대 증거를 보여주면 부모는 깜짝 놀라면서 충격을 받는다. 주관과 줏대가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제껏 아이가 자기 주관을 뚜렷하게 내세웠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아이를 오해한 것에 대해 미안해한다.
아이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생각될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물어보는 것이다.
그 친구가 왜 좋은지.
그 친구와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 친구에게 불만은 없는지.
물론 이런 질문은 아이와 부모가 관계가 좋을 때 할 수 있다. 여기서 알아낸 정보를 아이를 다그치거나 야단칠 때 비아냥거리는 소재로 쓰는 부모라면 아이가 이 말에 솔직한 대답을 할 리가 없다. 아이가 대답을 할 때 그 내용에 토를 달면 안 된다.
그게 뭐가 재미있냐?
그렇게 할 일이 없냐?
영양가 없는 친구랑 다니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해라. 등등.
토를 달면 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절대로 묻는 말에 대답 안 한다. 아이가 묻는 말에 답을 할 때 부모로서는 ‘그랬구나.’ 한 마디면 충분하다. 별 다른 추임새를 넣거나 억지로 칭찬하거나 분위기 띄울 필요가 없다. 그저 ‘그랬구나.’ 한 마디면 이제부터 아이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가 얼마나 생각이 깊고 사려 깊은 지 알 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