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왕따 문제 이럴 땐 이렇게
자녀가 부모 마음에 드는 친구와만 어울리기를 바랄 때, 아이는 다른 애들과 논다. 부모가 어울리기 바라는 친구들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어울렸으면 하는 친구들의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엇박자가 났다는 말이다.
아이의 친구를 부모가 정한다? 아이의 친구를 부모가 자로 잰다? 법륜스님이 이 말을 들었다면 모르긴 해도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부모는 자기 친구나 잘 관리하고 사귀세요.”
아이가 이런저런 친구랑 사귀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은 이미 아이가 그런 소망과 반대되는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말이다.
불량하고, 공부를 못 하고, 성실하지 않고,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고, 소문이 좋지 않은 아이라서 그만 어울렸으면 하는데 아이는 무슨 엿 붙은 것처럼 찰싹 붙어 다닌다. 부모가 조곤조곤 알아듣게 말을 하면 끄덕끄덕 알아듣는 척을 하지만 며칠 있다 보면 다시 어울린다.
이제부터는 그 아이와 놀았네 안 놀았네, 그냥 하교하는 길에 우연히 같이 걸어온 것뿐이네, 아니네 하는 싸움이 시작된다. 싫다고 하는데 그 아이가 억지로 껌 붙었네 하는 의심까지 더해져서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동안 아이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짜증스러운 나날로 인생을 보내게 된다. 자식에게 좋은 친구 만들어주려다가 자식과 나쁜 관계로 접어든다.
엄마들은 말한다. 나쁜 친구 만나서 잘못된 길로 갈까 봐 그런다고.
하지만 잘못된 길은 나쁜 친구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일로 못 살게 구는 부모 때문에 간다. 잘못된 길은 나쁜 친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간다. 그리고 나쁜 친구 따라 간 잘못된 길은 되돌아올 수나 있지만 부모에게 받은 억압과 스트레스 때문에 삐뚤어진 길은 돌아올 곳이 없다.
사기꾼을 만나 사기를 당하면 돌아오면 된다. 나쁜 친구를 만나 불량한 길로 가면 돌아오면 된다. 한 때 담배 피우는 친구를 만나 담배를 배우면 끊으면 된다. 나쁜 친구 만나서 범죄를 저지르면 죗값을 치르고 돌아오면 된다. 어디로? 기다려주는 부모에게로.
하지만 아직 나쁜 친구 따라 그 길을 가보기도 전에 부모와 돌아올 수 없는 전쟁을 치른 아이는 돌아올 곳이 없다. 그 아이가 갈 길은 부모의 반대방향으로 뻗은 신작로뿐이다.
그러면 엄마들은 이렇게 묻는다. 나쁜 친구 만나 나쁜 길로 갈까 봐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여기서 분명한 것은 부모와 소통이 잘 되고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자라는 아이가 나쁜 친구와 사귈 확률은 제로다. 부모가 친구관계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아이를 부모에게서 도망치게 하는 행위다.
게다가 부모들이 나쁜 친구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아이가 그리 나쁜 친구가 아니다. 내 아이가 나쁜 아이의 거미줄에 걸려들어 나쁜 길로 가고야 말 것이라고 믿고 아이를 조져대는 부모의 신념이야말로 나쁜 길로 가는 직통 코스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그 아이가 나쁜 아이일 리가 없다. 어떤 매력이 있어서 나쁜 아이에게 끌렸을지는 모르지만 내 아이는, 나의 아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아이라면 나쁜 길로 갈 리가 없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한다. 아직 가보기도 전부터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협박한다면, 아이를 그 길로 가라고 떠미는 꼴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말뚝까지 박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가 내 맘에 들지 않는 친구와 사귀거든 그냥 기다려주자. 그 친구가 나쁜 아이면 돌아올 것이고, 계속 사귄다면 그리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부모가, 그리고 집이 이렇게 따뜻하고 평화로운데 아이가 이곳을 마다할 리가 없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인생 망치면 어떻게 하냐고? 그래도 다그쳐서 부모 자식 간에 깊은 골을 만들어 돌아올 퇴로조차 없애버리는 것보단 낫다.
나쁜 아이가 분명한데도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고 친구를 더 좋아한다면 그건 그 친구가 부모보다 더 잘해준다는 뜻이다. 그 친구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의 안정을 얻고 위로도 받고 현재가 더 행복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은 나쁜 친구만도 못하게 해 준 부모 자신의 자식 사랑을 반성할 때다. 아이가 그러다 진짜 인생을 망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거든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상담을 받을 차례다.
때로는 부모가 아이 문제로 상담실에 왔을 때, 결국 아이가 상담실에 오지 않고 부모 상담만으로도 상담이 종결되기도 한다. 부모 상담만으로 아이가 회복되는 경우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상담할 때 아이의 변화와 발전에 부모가 가장 큰 걸림돌로 역할하는 때가 많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아이는 빠른 속도로 좋아지지만 부모의 양육태도 때문에 오히려 좋아지고 있는 아이가 지치고 한계에 부딪치는 경우도 많다.
아이 문제로 가정이 위기에 봉착했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가정의 축복이다. 아이와 함께 가족 관계가 한 층 좋아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