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가 없는 독후감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이 사람은 어렸을 때 어땠을까 상상한다.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심 메뉴에 대해 의논하고, 근황에 대해 물으며 속으로는 이 사람은 어렸을 때 많이 혼났을까, 뭘 해도 귀여워했을까, 작은 일에 눈치를 줬을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칭찬받았을까, 부모는 늘 바빴을까, 엄마와 더 가까웠을까, 아빠와도 가까워질 기회가 있었을까, 하교할 땐 엄마가 또 가방에서 뭔가 발견할까 봐 걱정했을까, 아니면 집에 가는 길이 신났을까, 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 가족이었을까, 아니면 책도 숨어서 읽어야 하는 집이었을까, 안정적인 가정에서 어디에도 모난 구석이 없는 사람이 된 걸까, 불행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걸까, 나와 비슷한 불안을 품었을까, 그 불안이 앞으로 맺게 될 관계에 독이 되진 않을까. 대화 내내 혼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이어가며 이 정도면 나와 비슷한 사람, 비슷하지만 불편한 사람, 너무 달라서 신기한 사람, 신기하지만 궁금하진 않은 사람 등으로 섣부른 파악에 종지부를 지으려다 문득 겁이 난다. 이 사람 역시 내 어린 시절을 추측하고 있진 않을까, 내 불안을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 건 아닐까.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