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가 없는 독후감
지난달에 쓴 글의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온다던 날짜가 지났는데, 싶어 담당자에게 연락해보니 회사의 회계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 때문에 하루 이틀 늦어질 거라 했다. 대출 이자 나가는 날이라 급한 돈은 남자 친구에게 빌렸다. 담당자의 말대로 이틀 후에 돈이 들어왔다. 이틀만 참을 걸, 모양 빠지게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난 달에 쓴 글 역시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연락을 해볼까,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들어올 텐데 괜히 또 초 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지금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할까, 아침이 되면 또 지금 너무 이르니까 이따 낮에 할까 하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냈다. 작가님, 작가님 하며 비행기를 태우던 담당자는 글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는, 묻지도 않은 사실을 쥐불처럼 들고 빙빙 돌렸다. 대화 길이와 반비례하여 작아진 스크롤바는 대답이 필요 없도록 돈에 대한 질문을 유도리있게 감췄다. 말일이 다가오는데 이번 달 월세까지 남자 친구에게 빌리자니 이미 그의 몇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빌린 상태라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은행에 갔다.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는 말에 몇 주 전 국민연금 덕분에 떼어본 소득금액증명원의 0이 떠올랐다. 어떤 비유나 상징이 아니라 숫자 그대로 0이었다. 벌이도 시원치 않으면서 꿈이라는 이유로 하나의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한심하게 바라봤던 내가 벌이도 시원치 않으면서 글 쓰고 싶다는 이유로 글에 매달리는 나로 산다. 아니다. 글에 매달리지도 못한다. 정말 좋은 콘텐츠라면 귀신같이 알아보고 여기저기서 데려갈 텐데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 건 글쓰기에 대한 내 능력치의 증명이라는 생각에 한 줄 써놓고 두 줄 지우는 일을 반복한다. 우선 살아야 하니까 지금이라도 취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다가 아니야, 아직은. 아직까진 끝까지 부딪히지 못했잖아. 내 바닥까지 내려가 닿아보지 않았잖아, 라며 한 차례 더 유보한다. 그리고 다시 벌이도 시원치 않으면서 꿈이라는 이유로 하나의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일을 구해야지, 일을. 중얼거리던 내가 방금 취직을 또 유보한 나를 본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