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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위아 HOW WE ARE Aug 09. 2016

5. 나는 냉정해졌습니다

책 이야기가 없는 독후감



여자는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난 지 2년도 안 되었을 때 남편이 사고로 손가락 세 개를 잃었다. 남자는 기계 밑바닥에 나뒹구는 손가락 마디들을 주워 병원으로 갔다. 그중 한 개만 덧붙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잘리기 전의 모습은 아니었다. 여자는 간호를 위해 아이를 친정에 맡겼다. 남자는 사고 후 더 이상 나전칠기 일을 할 수 없었다. 그 일만 해왔던 남자는 몇 년 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남자가 한창 방황했을 스물아홉, 그런 남자를 곁에서 지켜봐야 했을 여자가 견딘 스물아홉, 그들이 보낸 시간을 짐작도 못한 채 스물아홉이 된 아이. 이렇게 셋이 각자 스물아홉인 채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가족이 아니라 세 명의 개인으로, 세 개의 서로 다른 상황 속 동갑내기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우린 좀 더 가까워졌을까, 구태여 가까워질 필요가 없어 서로 상처받을 일도 없었을까.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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