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가 없는 독후감
엄마에게 그를 설명해야 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말이 헛 나와서 그의 존재를 들킨 상황이었다. 걔가 누군데? 너 연애하냐?라는 속사포 추궁에 아니? 연애 안 하는데? 그냥 친군데?라는 빤한 거짓말로 응수하는 건 이미 늦은 때였다. 괜히 잔머리 썼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꾸밈없이 사실에 기반하여 묻는 대로 대답해주기로 했다. 아, 이 일은 지난 연애에 해당한다. 그때 아아, 엄마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일단 마음에 안 들어할 준비가, 그가 누구든 얼마나 완벽하든 싫어할 준비가 단단히 되어있었구나!라는 점을 꾸밈없이 사실에 기반하여 묻는 대로 모든 것을 대답해준 뒤에야 알게 되어 그 사건 후엔 연애 사실이나 대상에 대해 절대 입도 뻥끗하지 않게 되었고 가능하면 텔레비전을 같이 보는 것도 삼갔다. 그때 나는 그에 대해 어떤 것을 말해야 하고 또 어떤 것은 말하지 않는 게 나을지 추렸다. 나이, 외모, 사는 곳, 전공, 가족, 성격 중 같은 항목에 속하는 것이어도 엄마가 좋아할 만한 것과 미간을 찌푸릴 만한 것을 구분하여 골라 말했다. 엄마의 집요함과 나의 어눌함 덕분에 결국 다 말하긴 했지만. 그때 알게 된 건 두 가지였다. 1. 생각보다 내가 그에 대해 잘 모른다. 2.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도 엄마가 그를 나처럼 사랑하게 만들 순 없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무엇에 대한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1. 생각보다 내가 그 무엇에 대해 잘 모른다. 2. 내가 그 무엇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써도 당신이 그 무엇을 나처럼 느끼게 만들 순 없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