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
때는 양해중 씨가 주민등록번호 뒷부분 여섯 자리를 가린 신분증 2개로 20대 여성임을 인증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는 다음 카페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2010년 봄이었다. 워싱턴포스트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고,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불법 낙태 근절 및 생명 존중 사회 분위기 조성을 골자로 하는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 계획’을 발표한 이때, 청주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이 일을 당시 양해중 씨의 학과 선배였던 황보경 씨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보경은 빼곡히 적힌 1,000자 원고지들을 문항에 따라 세 묶음으로 나눴다. 처음에 걷을 때부터 문항별로 걷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름순으로라도 걷어준 게 다행이었다. 심화반이라 성적은 비슷한 학생들이지만 성격은 천차만별이었고, 이들이 글을 써내는 방식 역시 가지각색이었다. 서론부터 결론까지 모범답안을 충실히 따르는 글이 있는가 하면, 결론을 급하게 꺼내놓고 뒷받침을 못 하는 글도 있고, 본론과 결론은 자취를 감추고 서론만 장황한 글도 있었다. 빨간 플러스 펜으로 빼거나 더하면 좋을 부분과 순서를 바꾸는 게 나을 부분을 표시하고, 띄어쓰기와 오탈자 교정을 이어갈 때…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