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
때는 양해중 씨가 화장품과 보험으로 이름난 대기업의 자회사에서 정규직 전환형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한 2016년 겨울이었다. 구글코리아에서 국내 사용자들에게 올해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검색어가 ‘아가씨’였다는 집계 결과를 발표하고, 칠레 주재 한국 외교관이 현지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던 이때,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있었던 이 일을 양해중 씨와 같은 회사의 시설보안팀에 근무하던 안예진 씨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파일이 마지막으로 저장된 시각은 오후 5시 22분이었다. 예진은 인쇄 버튼을 누르기 전에 파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기로 했다. 오탈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많게는 10자리가 넘어가는 각종 수치에 오류가 없는지 살피다가 눈이 뻐근해졌다. 이래봤자 발표자인 문 대리의 실적만 쌓아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올 때, 옆자리의 문 대리가 허공에 피아노 치는 흉내를 내며…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