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슈남편 외전

여전히 날 울리는 우리 누나

by 작은 불씨

오늘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같이 봐주고 있는데 연필과 지우개를 아이가 가져왔고 그 필통 안에 꾸깃꾸깃 접혀 있는 종이에 어른 필체로 글씨가 쓰여있더라고요.


그래서 전 선생님이 뭘 적어주신 건 줄 알고 펴봤습니다.


그리고 한참 울었어요.

그냥 와이프가 혼자 적었던 글? 아님 편지? 였던 거 같아요.

23ㄻㅈㄷ.jpg

저 때문에 고생하고 나가서 평생 해보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 고맙다고 합니다.


저를 존경하고 감사하답니다.


저는 한심하게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결혼식도 해주지 못하고 데려와서 오히려 제가 보살핌을 받고 제가 정말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해 주겠다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일주일에 하루 쉬며 일을 하면서도

이런 말들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제 옆에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태어나서 딱 한 가지 제가 제 의지로 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게 결혼이었습니다.

모든 선택이 환경과 주변에 기대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아서 해오다 처음으로 스스로 한 선택이 저를 살게 해 주고 저에게 힘을 줍니다.


그리고 이 사람 덕분에 다시 한번 제 의지로 선택해서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하고 선택해서 나아가보려 합니다.

우리 누나가 또 저를 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