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깨에 올라간 책임의 무게

by 작은 불씨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매일 학교까지 데려다주면서 교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제 막 몸을 돌리고 기어 다니고, 일어서고, 걷고 뛰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두 어깨에 책임을 짊어진 모습이 참 대견하고 신기합니다.


이 아이는 저에게 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도 언젠가는 자신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매일 그 뒷모습을 보며 안타까움과 기특함이 교차합니다.


가끔은 그 큰 가방이 아이에게 너무 무겁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바람은 그 가방 속이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누구나 삶의 책임을 내려놓고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녔고, 때로는 반항심에 실내화 주머니만 들고 학교에 가기도 했습니다. 다시 그 속을 채워 어깨에 메고 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인생의 큰 후회도, 아쉬움도, 용기를 내지 못했던 속상함도 경험했습니다. 아마도 이 과정을 통해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가방 속이 제가 아닌 이 아이가 살아가는 데 즐겁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로 채워지는지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며 더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마음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제 욕심을 아이의 가방에 담아 아이가 자신의 삶이 아닌 제 삶을 대신 살아주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디를 갈 때 가방 속에 들어있는 물건들에 따라 설렘도 피곤함도 느끼듯이, 이제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첫 시작이니 만큼 옆에서 많이 응원해주고, 아이의 가방 속이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렘처럼 앞으로의 여정에 설레는 것들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우리 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너무 피곤해서 안아달라고 하고 싶은데 아빠도 힘들까 봐 내가 참을게." 육아를 하며 아이들도 부모의 상황을 이해하고, 참아주며 많은 것을 인내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쩔 때는 한없이 아기 같지만, 가끔은 부쩍 커버린 아이의 말과 행동에 고맙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학교가 끝난 후 딸을 데리고 올 때, 집까지 안아줘야겠습니다.


저도 이제 제 책임을 다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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