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 불씨 Feb 23. 2024

투덜이와 징징이

얘가 왜 이래?

저희는 연애 때부터 결혼을 하고 나서도 통화를 엄청 많이 하고 대화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서로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밖으로 도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가족끼리 있는 걸 좋아하고 차 마시는 걸 좋아하고 사는 것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이 무난하게 잘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결혼 후 코로나 전까지가 제 삶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네요.


그런데 그런 행복을 질투라도 하듯 코로나와 함께 지옥이 찾아왔고 도와달라고 찾아온 지인에 말에 선뜻 가지고 있던 집을 보상받았던 돈을 내어주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지옥아래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는 건 제 개인적인 취미이고 즐거움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자살 상담을 받으러 다녔어요.


아이가 있는데 죽을 수는 없잖아요. 그 이후로 와이프와 상의해 와이프도 생전 해본 적 없는 식당일을 하게 되었고 저도 하는 일을 정리하며 여러 방면으로 할 일을 찾고 정리할 방안들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 와중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정리해 준다고 대출해 주고 일 맡기라고 해서 그 말을 믿고 우리 부부가 둘이 없는 형편에 500만 원 + 추가금까지 주고 아무 처리도 못하고 돈만 뜯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 왜 갚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대출을 다 갚았습니다.


안되면 돌려준다고 했지만 이것도 보완하고 저것도 보완하고 서류를 한가득 작성해 오셔야 할 수 있고 한마디로 그냥 시간 끌고 점점 말라죽어가는 상황까지 왔었지요.


둘이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둘이 있으면 저는 세상에 불만을 이야기하며 투덜 대기 시작했고 와이프는 일을 하고 돌아와 힘들고 아프고 누가 어떻게 해서 속상하고 하는 일들을 이야기하며 징징대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이걸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안 그래도 힘든데 왜 우리는 서로 투덜대고 징징댈까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지금 우리는 어떻게 던 회복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넌 왜 맨날 어딜 가도 힘들다는 이야기만 하고 도대체 그럼 무슨 방법이 있냐?"하고 화를 내버렸어요 저도 모르게... 그러려고 한건 아닌데 당시에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으니 점점 제가 너무 예민해져 가고 있었어요.(그래서 약을 끊었습니다. 더 위험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이에 대한 대답이 절 너무 아프게 했습니다."아침마다 눈을 뜨는 게 너무 힘들어.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눈을 감으면 다신 눈이 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더군요.


이젠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저희의 선한 의도가 독으로 돌아와서 결국에 그 고통을 온전히 우리 가족이 감내해야 한다는 상황은 이해도 안 되고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비난 역시도 우리 가족에게로 향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제가 저 힘든 것만 생각하고 제가 발버둥 치는 것만 생각하고 와이프가 힘들고 고생한다는 것은 머리로 생각은 하는 척을 했지 사실은 고려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나 감정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고 와이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서로 투덜대고 징징대는 것은 그만큼 서로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치부를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을 온전히 내비칠 수 있는 상대.. 그게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얘가 나에게 조차 징징대지 못하고 제가 와이프에게 조차 투덜대지 못한다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서 이 난관을 이 지옥에서 한 걸음씩 밖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생각들이 지금 와이프에게 프로포즈할 이 책을 쓰게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 뒤로 어설프지만 올 10월~11월에는 책으로 만들어 선물하고 내년에는 올리지 못한 결혼식을 결혼 10주년 만에 올릴 예정입니다.


그 뒤로는 와이프가 징징대면 안아주거나 그냥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투덜대는 걸 줄여가고 있어요. 전 제 딸에게서부터 위안을 많이 받는 건지 마음에 행복이라는 게 다시 찾아오고 있고 우리 가족이 잠시 흔들렸고 무너질 위기를 맞이하였지만 이런 최악에 상황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서로 응원하며 정말 힘들 때도 가족으로 남았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 큰 선물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지만 서로에게는 평생 투덜이와 징징이로 남아 있고 싶습니다.

그래도 되겠지요?


이전 19화 단골집에서 쫓겨났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