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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씨 Mar 06. 2024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고 싶었다

선생님도 죽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서로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내며 와이프와 함께 하나씩 다시 정리하고 다시 우리 가족의 삶을 일궈가고 있지만 사실 처음에는 현실로 와닿지가 않았어요.


넓은 집에 물건값을 보고 사지 않고 한 달에 4회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양손 가득 아이 선물을 사가지고 다니다가 지인이 도와달라는 부탁에 물건을 무리해서 밀어주고 집도 수습한다고 돈도 다 날리고 20살 때도 겪어보지 못한 환경으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상황에 처하고 나니 한동안은 오히려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이도 급격하게 작아진 집에 자기 방이 없는 상황에 자기 화장실도 없는 상황에 집에서 수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그저 한국으로 놀러 온 거라 생각하고 언제 집으로 돌아가냐는 질문을 할 때는 그저 다시 잘해야지 라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저야 뭐 태생이 문제가 생기면 저를 갈아 넣어서라도 앞으로만 가는 타입이라 이런 상황이 크게 두렵거나 걱정되지 않았지만 와이프와 아이는 마찬가지로 현실감 없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가


아침이 되는 게 너무 싫다며 아침이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왔어요.


아... 우리 진짜 망했구나... 20년을 굴러 먹고 버텨온 것을 코로나 상황에 지인을 도우며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처음 시작한 것보다 더 안 좋은 곳에서 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현실이 정말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누가 물어봤어요 갑자기 저에게

"선생님도 죽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전 지인들이나 주변 사람들 상담을 해주고 제 경험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갑자기 받았는데 머릿속에서 이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일단 전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고, 하루에 수십 수백 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을 안 했던 순간은 제가 일에 미쳐 일중독자 마냥 일만 하고 살아가는 그 시기뿐이었던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 많은 이유들을 생각해 보지 참 하찮았어요.


그중 한 이유는 어느 날 음식들이 모두 맛이 없는 겁니다.


정말 좋은 것도 많이 먹었고 나름 좋은 것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면서 먹는다고 챙겨 먹었고 했는데 어느 순간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때 죽고 싶었습니다.

그냥 뭔가 허무 한 느낌이 밀려왔었다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잠들 때마다 그저 지금 잠들고 눈만 안 뜨면 똑같은 건데 지금 눈감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떤 날은 그저 날이 너무 좋은데 지금 기분이 너무 평화로워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런 수많은 이유들로 죽음을 생각했었고 위 사건이 있었던 이유로는 역시나 죽음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저를 찾아왔고 이 생각들과 끊임없이 싸워 저를 다시 일으키고 나아가게 만드는 건 제 가족입니다.


너무 힘들고 너무 억울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웃으며 "아빠"하고 다가오는 내 딸을 보며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샘솓고 참지 말고 저지르고 감방에 가면 사식을 넣어준다는 와이프를 보며 이 사람이랑 더 오랫동안 함께 손잡고 걷고 싶어지고


어찌 보면 내 인생 최악의 순간 속에서 가장 희망적인 마음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며 제가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하고 나아가는 에너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현실이 피부에 와닿으며 무너질뻔한 모두의 마음이 서로를 의지하며 기대어 쓰러지지 않고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참 아이러니 하게도 제가 가장 하고 싶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시작하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전 꼭 성공하려 합니다. 제 성공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기준이 다를지도 몰라요.

그저 안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으로 성공의 목표가 바뀌어서 화려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성공과 제 스토리로 인해 죽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다른 분들이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조금이나 얻고 함께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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