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여쁜 족쇄야, 사랑한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나라로 휴가를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일단 예약하라고 한 게 넉 달 전. 당연히 아이와 함께 할 것으로 생각하고 항공편에도 이름을 추가하고 숙소에서 아기 침대를 요청해 두었더랬다.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애도 어른도 힘들 텐데 봐줄 테니 두고 가라’는 엄마의 말과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주변 지인들의 ‘엄마가 두고 가라실 때 말 들어라, 둘째까지 생기면 기회는 없다’는 부추김에 못 이기는 척 부부만의 여행길에 올라서게 되었다.
두고 가기로 얼추 마음을 정한 후에도 한동안은 갈팡질팡했고,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나서도 못내 뒷골이 당기는 느낌이었다. 지금껏 주원이를 같이 키워준 엄마 아빠나 자타공인 육아달인 이모(내 동생)가 못 미더운 건 물론 아니다. 엄마 아빠가 애 두고 여행 간다고 비난하거나 생색내는 분들도 전혀 아니고, 몸은 다소 힘들겠지만 손주와 함께 하는 시간을 나름 잘 즐기시리란 것도 안다. 그런데도 이번 주에 낮잠을 한 번으로 줄이기 시작해서 리듬이 채 안 잡힌 것 같은데 너무 힘들게 하진 않을까? 다른 땐 몰라도 잘 때나 자다가 깼을 땐 엄마를 찾는데 괜찮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본디 내 책임, 내 소속인 아이를 두고 편하게 여행 가서 놀아보겠다는 내 심보가 조금은 이기적이고 못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처럼 아무도 강요한 적 없는 무한 책임감에 괴로워하면서 출발하기 전 엄마에게도 말했지만, ‘아이는 정말 너무 예쁘지만 족쇄 같은 존재다’. 함께 여행을 왔어도 먹고 자는 문제부터 신경 쓸 일이 배로 많아져 엄청나게 힘들고 ‘왜 내가 돈 주고 사서 고생인가’ 생각했겠지만, 홀가분하게 두고 온 여행에서도 나는 아이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못하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될 때는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을 들여다 보고, 비행기에서도 옆좌석 아이를 보며 ‘우리 애보다 얼마나 빠를까?’ 좀 더 큰 아이들을 보면 ‘저만큼만 커도 같이 다닐만하겠다’ 생각하고, 미리 알지 못한 숙소에서 준비해놓은 아기 침대에 울컥한다.
그래도 이렇게 요샛말로 ‘온 우주가 도와준 덕분에’ 정말 모처럼 부부만의 여행을 왔으니 도와준 우주가 뿌듯할 수 있게, 우리 부부에게 여한이 없도록, 이후에 도래할 껌딱지 아들과의 시간이 마냥 즐겁게 최선을 다해 보련다. 기다려, 나의 어여쁜 족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