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vs. 오리: 미국에서 아이 키우기
미국에 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은
와 미국에서 애 키우기 진짜 쉽지 않다
였다.
한국에서 엄마나 시터 이모 없이 혼자 애들을 키워본 적이 없기도 하고, 아이들이 더 크면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빠진다고 하지만, 영유아 기준으로 매달 나오는 수당이며, 어린이집의 퀄리티를 감안하면 이곳에서의 육아 난이도가 두세 배는 되는 느낌이다. 엘에이의 집 렌트 역시 서울 저리 가라고, 프리스쿨은 기본이 월 2천 불인데도 케어와 컨텐츠 수준이 형편 무인지경이다.
출산율만 봐도 그렇지만, 여길 보고 저길 봐도 다들 기본 둘이다. 셋도 적지 않다. 더 신기한 건, 아침저녁으로 주구장창 라이드를 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싸서 학교에 보내면서도, 몹시 정신은 없어 보일지언정 대단히 지치거나 고통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다.
신기하고 의아하고 한편으로는 괴로웠다. 이건 절대적으로 일이 많고 적음의 문제도, 실제로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의 문제도 아닌, 그저 나의 정신력의 문제였던 걸까? 나를 허덕이게 만드는 건 정녕 나의 쿠크다스 같은 멘탈인가? 일부 그런 측면도 없진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이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고도 자유롭지만, 그만큼 이직이나 경력 단절 후 재취업도 쉬운 유연한 고용 시장도 한몫할 거다. 덕분에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커리어의 희생(축소나 단절)을 비교적 꺼리지 않는 듯하다. 코로나 전후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것도 주요할 테지만, 아이들의 등하원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게 대수롭지 않고, 엄마만큼이나 아빠의 육아 휴직이 당연한 문화는 어쩌니 저쩌니 해도 선진국은 다르구나 싶은 부분이다.
미국 아이들은 유치원(킨더가튼)부터 등교 시간이 8시 무렵이다. 그러다 보니 일찍 일어나야 하는 만큼 취침 시간도 빠른 편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빠르면 9시, 평균 10시에 자는 반면, 여기에서는 9시 넘어 자는 친구들을 본 적이 없다. 아이가 일찍 잔다는 게 육아를 하는 데 있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엄마아빠들은 다 알 거다.
‘밥심이 제일이다’, ‘먹는 게 남는 거다’, ‘먹고 죽은 귀신이 떼깔도 곱다’ 한국인만큼 밥에 집착하는 민족이 있을까? 게다가 한국 요리는 밥 따로, 국이나 찌개 따로, 반찬 따로.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먹는 것에 덜 집착하고, 파스타 한 접시 휘리릭 해서 먹으면 한 끼가 해결되는 것도 이들의 삶을 한결 심플하고 수월하게 만들지 않을까?
물아래에서는 엄청나게 발을 구르고 있을지언정 겉으로는 편안해 보이는 백조들 틈에서 나 역시 백조가 될 수 있기를 꿈꿔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일품요리 어때?